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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ire! - The Hands (Rune Grammofon, 2018)


Mats Gustafsson (sax), Johan Berthling (b), Andreas Werliin (ds) 등 스웨덴 출신 뮤지션들로 구성된 트리오 파이어!의 신보. 세 명의 뮤지션들 각자가 선보였던 음악들을 떠올리며 이들이 함께 모여 만든 음악을 듣게 될 상상 해본다면 가장 먼저 볼륨을 줄이고 주위 눈치를 살피게 될 것이다. 아방가르드 영역에서 나름 가장 활동력을 인정받는 뮤지션들인 데다 좌중을 압도하는 몰입력으로 쏟아내는 복잡한 사운드는 듣는 이의 인내력의 한계를 종종 넘어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어! 트리오의 앨범들을 처음 들었을 때 흥미롭다와 재미있다 사이를 오가며 이들의 음악 중 가장 '대중적'(sic!)이라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첫 앨범 You Liked Me Five Minutes Ago (2009)를 시작으로 이번 음반을 포함 총 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기본 트리오의 포맷을 확장하여 브라스의 매스 임프로바이징의 계기를 극대화한 Fire! Orchestra의 음반들까지 발매했다. 이들의 음악들 중 그나마 파이어! 트리오의 연주에 큰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는 이유는 비교적 친숙한 재즈-록적인 스탠스에서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확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68운동 전후 음악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흐름들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더욱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부두적인 느낌과 뒤섞인 사이키델릭한 전자 베이스의 워킹과 고전적인 록의 드럼 비트 위로 활주 하는 색소폰의 임프로바이징은 마치 일렉 기타의 즉흥 연주를 대신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꽃으로 총에 맞서던 시절 탄생했던 그 많은 3인조 밴드들의 화려한 업적을 오늘날에 재즈의 영역에서 재현하고자 하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임피로바이징의 계기에 몰두하며 긴 호흡과 음악적 표출에 집중했던 지난 몇 장의 작업들에 비해 이번 앨범은 한결 명료한 표현과 선명한 사운드로 특징 지울 수 있다. 어느 특정한 규범적 분류에 귀속되지 않는 탈장르적 성격의 음반들을 200여 장 가깝게 꾸준히 발표하며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온 루네 그라모폰 레이블의 20주년을 알리는 2018년 첫 앨범으로 손색이 없다.

2018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