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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rançois Bourassa - L'impact du silence (Effendi, 2021)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François Bourassa의 솔로 앨범. 오랜 음악 경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프랑수아는 자신의 쿼텟에서 벗어난 활동을 펼친 경우는 흔치 않았다.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솔로 앨범을 녹음하는 것은 그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던 프랑수아에게 있어 이번 앨범이 그의 첫 독주 녹음을 담고 있다는 점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평소 그가 자주 선보였던 고전적인 낭만주의의 표현들이 이번 작업에서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섬세한 기교를 바탕에 둔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도 엿볼 수 있다. 5년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솔로 작업을 실현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감염병 사태로 인한 펜데믹이었다. 봉쇄로 인해 더는 쿼텟 활동을 이어갈 수 없게 되고 스튜디오의 일정까지 취소되자 그 기간 중 솔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그와 같은 현실적 상황은 '침묵의 영향'이라는 타이틀은 물론 "Blues masqu "와 같은 곡 제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암울한 현실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그 반향을 소리로 옮긴 듯한 성찰의 분위기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마치 현대 작곡의 언어로 쓰인 곡을 재즈의 표현을 통해 표출하는 듯한 연주는, 기존 쿼텟에서 보여줬던 구조화된 형식미이 정연한 접근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구조는 해체되고 진행은 추상화된 라인에 의해 지배된다. 그런데도 프랑수아가 지닌 낭만적 충동은 고스란히 앨범에 반영되어 있고, 앨범의 마지막 순간에 "Musique pour film"이나 "Epilogue 1983"와 같은 곡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실의 '침묵'이 결코 음악적 상상력까지 잠식할 수 없으며 그 '영향'은 정서적 힘으로 표현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의지가 담긴 앨범이다.

 

202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