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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ard Nilssen Acoustic Unity - Elastic Wave (ECM, 2022)

노르웨이 드러머 Gard Nilssen의 Acoustic Unity 트리오의 앨범. 2014년 드러머의 주도로 노르웨이 색소폰/클라리넷 연주자 André Roligheten과 스웨덴 베이시스트 Petter Eldh와 결성한 트리오 AU는 Clean Feed를 통해 Firehouse (2015)를 발표하며 공식적인 첫 기록을 시작하며, 이후 Live In Europe (2017)과 Odin 레이블의 To Whom Who Buys A Record (2019)를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을 지속한다. 멤버들 모두 1980년대생으로 각자의 세션 활동으로 현재 유럽 재즈 씬의 주요 앨범에서 이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개인 작업에서도 주목을 받는 뮤지션들이기에, 트리오로서 AU가 지닌 상징적 의미는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은 트리오의 공식적인 ECM의 첫 타이틀이지만, 레이블의 카탈로그에 이미 참여한 경험이 있어, 이번 발매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북유럽 출신이라는 배경에서 연상할 수 있는 일련의 독특한 분위기와는 달리, AU가 들려주는 연주는 50년대 북미의 전통은 물론 이를 실험적인 공간에서 표현의 영역을 확장한 60년대의 흐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때문에 트리오의 공간에서 멤버들 각자가 들려주는 연주는 해당 시기 유명 레전드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순간들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연주가 오소독스 한 기존 양식의 재현에만 머물렀다면 결코 현재와 같은 신선함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대적인 해석이라고 하기에는 전통과 관련한 관념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고, 단순한 재연이라고 하기에는 모던한 창의성이 빛을 발하고 있어, 한편에서는 절충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AU만의 고유한 창의성을 대변하고 있어 상당히 매력적인 표현을 다루는 트리오임은 분명하다. 이번 앨범에서는 멤버 모두 작곡에 참여하여 각자 자신이 다루는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유연함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양식의 테마에 대응하는 연주를 포함하고 있어, 기존 AU의 작업과는 다른 뉘앙스를 들려주기도 한다. 특히 다수의 곡에서 뮤지션 개인의 사적인 경험이나 인상을 반영한 테마를 들려주는가 하면, 주변 장르의 요소적 특징을 활용한 표현 또한 능동적으로 표출하고 있어, 앨범 전체의 이미지는 의외로 다양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이는 단순히 테마나 멜로디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반영한 개별 연주자들의 주법을 통해서도 재현되는데, 백파이프를 연상하게 하는 폴리포닉 한 더블 색소폰 프레이즈는 물론, 남미 특유의 활기를 반영한 드럼 패턴을 비롯해, 토착적인 표현의 독특한 베이스 워킹 등을 들려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앨범이 전달하는 가장 큰 매력은, 이와 같은 개별 공간에서의 능동적인 표현들이 서로에 대해 자연스러운 인과성을 완성하며 온전한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다. 도입과 테마에서 보여주는 일체감은 이후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에서 해체되지만, 여전히 대위적인 인과성과 텐션을 유지하며 앙상블의 합의적 표현을 자연스럽게 완성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개별 공간의 자율성에는 그 어떤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며, 인터랙티브 또한 합의에 따른 규범보다는 진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방식이라, 앨범 전체는 활기 가득한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며 인상적인 음악적 표출을 완성하고 있다. 각자의 창의적 표현에 의해 보장되는 대담함이 명료한 방식의 합의를 이루는 상쾌한 앨범이다.

 

202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