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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ians - The Reign of Annalaura (Stellar Limited, 2021)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Gianluca Spinetti의 솔로 프로젝트 Gians의 앨범. 2005년 이후 DJ와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주로 미니멀 테크노 계열의 하우스 음악을 선보였으며, 라이브 연주에 특화된 개인 활동을 펼치면서도 비교적 다수의 음원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싱글이나 믹스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발매되어 EP를 포함한 앨범의 형태로 된 작업은 쉽게 접하기 힘든데, 그나마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업은 일련의 연속성을 지닌 음악들로 이루어진 음반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그동안 지안루카의 음악에서 주로 사용된 비트 시퀀싱이 이번 앨범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라이브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즉흥적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구성이나 진행에서의 음악적 완결성에 더욱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지금까지 주로 접했던 지안스의 연주와는 조금은 다른 결을 느끼게 한다. 특히 개별 사운드의 특징을 부각하고 전체적인 레이어링을 통한 편곡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 진행을 이어가며 나름의 내러티브의 역할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도 주고 있어 확실히 기존 지안스의 연주와는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시퀀싱의 구성이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때로는 전자 베이스나 피아노와 같은 고전적인 사운드를 이용해 연주 음악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실제로 연주력을 바탕으로 곡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앨범의 경우 단순히 기존 지안스의 음악에서 비트를 걷어낸 나머지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트 시퀀싱이 없을 때 어떤 새로운 접근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구성을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방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별 사운드가 지닌 화려하고 강한 임팩트와 더불어 앨범 전체를 하나의 균일한 공간적 특성으로 보이도록 연출한 음향 덕분에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개별 곡들 각각이 지닌 특징에 주목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장르적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미묘하게 분할하는 듯한 스타일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데, 때로는 7, 80년대의 고전적인 이탈리안 아트-록을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어느 대목에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정교한 기법도 연상하게 한다. 일관되고 균일한 정서적 분위기에서 다면적인 인상을 전달하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202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