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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irls In Airports - How It is Now (Kaja, 2023)

 

덴마크 재즈 그룹 Girls in Airports의 앨범.

 

2009년 색소폰, 클라리넷, 키보드, 퍼커션, 드럼 등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의 5인조로 출범한 GIA는, 북유럽 특유의 정서적 분위기 속에 인디-록과 같은 배경음과 소울, 아프로비트, 라가 등의 민속적 요소를 접목한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복합적인 장르적 요소를 그룹의 언어로 중첩하고 있지만 에너지나 밀도보다는 특유의 관조적인 분위기를 통해 팀 고유의 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일관성은 소소한 구성원의 변화를 겪은 최근에도 변하지 않은 GIA의 특징임을 이번 앨범이 잘 보여주고 있다.

 

전작 Leap (2021)에서는 초기 멤버이자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연주했던 Lars Greve 대신 바이올린 Nils Gröndahl이 참여한 새로운 편성의 녹음을 선보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색소폰/플루트 Martin Stender, 키보드/피아노 Mathias Holm, 퍼커션 Victor Dybbroe, 드럼 Anders Vestergaard 등 기존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4인조로 축소한 라인-업으로 진행한 리코딩을 담고 있다.

 

편성은 축소했지만 GIA 특유의 분위기는 오히려 부각된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기존 다섯 명의 멤버가 함께 공유했던 무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사람의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나 무엇으로 채우는 대신 나머지 네 명이 조금 더 넓게 공간을 활용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여유로워진 공간만큼 개별 연주의 특징은 선명하게 부각하고 있으며, 어느 한 자리 가려지지 않는 집합적인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 각각의 연주가 지닌 고유한 상징성이 서로 중첩을 이루며, GIA 특유의 다면적인 특성은 보다 미묘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멜로디와 리듬의 교차점이 명료하게 드러나면서 잔잔한 역동성은 이전보다 더 큰 매력을 얻게 된다.

 

GIA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관조적인 태도 역시, 기존보다 상대적으로 넓어진 공간 속에서 보다 선명하게 전달된다. 멜로디 악기 고유의 톤과 텍스쳐는 다분히 직설적이고, 드럼과 퍼커션의 개별 파트의 음색과 음량 또한 명징하게 표현하고 있다. 개별 사운드에 특별한 효과를 입히지 않은 듯한, 있는 그대로의 라우한 소리를 통해 서로 대질하고 있으며, 조금은 거칠지만 차분한 톤으로 하모니와 앙상블을 완성하는 과정은 냉소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운드의 합이 이루는 집합적 총체성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기까지 하다. 서로에 대해 의식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취하고 있지만, 그 여백에 이런저런 효과나 장식 대신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다.

 

축소된 편성과 넓어진 공간 속에서도 10년 넘게 이어온 GIA 특유의 음악적 아이덴티티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무엇보다 반가운 앨범이다. 관조적이면서도 흡입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냉소적이면서도 온기를 담은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유 있는 사운드의 편성 속에 정서적 밀도 가득한 음악을 전하는 앨범이다.

 

 

20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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