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GlerAkur - The Mountains Are Beautiful Now (Prophecy, 2017)


아이슬란드 작곡가 Elvar Geir Sævarsson이 주축이 된 8인조 그룹 글레르아쿠르의 첫 앨범. 엘바가 개인적으로 만든 음악이 우연히 방송을 탔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바로 음반사와 계약을 하게 된다. EP 앨범 Can't You Wait (2016)에 이은 첫 풀타임 정규 레코딩이 이번 음반이다. 아이슬란드 어로 Glass Field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 그룹은 포스트-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드론, 앰비언트, 둠메탈 등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복합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사운드트랙을 연상시키는 시네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는 서사적 네러티브는 프로그레시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양한 인원이 참여한 만큼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또한 드라마틱하면서도 정교하다. 어쿠스틱 악기와 더불어 두 개의 드럼 세트를 활용하여 사운드의 텍스쳐를 풍부하게 만든다. 이는 이들의 음악에서 강조되고 있는 서술적 진행과 맞물리면서 마치 하나의 웅장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현실의 공연에서 과연 이들의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앨범을 통해 느낀 바로는 마치 한 편의 록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과 같은 정교함과 스케일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곡들이 8분 이상의 긴 런닝 타임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앞뒤의 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하여 하나의 긴 호흡으로 완성되는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는 듯 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분위기는 단지 규모에 의해 완성되었다기 보다는 클래식적인 레토릭이 반영된 정교한 편곡을 통해 그 효과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음악의 형식적 규범으로부터는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치 유기적으로 조직된 사운드 그 자체가 스스로 자신의 내러티브를 서술하는 듯한 진행을 보여주는 듯 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운드의 유기적 연관성과 진행의 자연스러운 개연성이 이들의 음악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다.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2017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