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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olden Mean - Oumuamua (Jazz re:freshed, 2023)

 

영국 4인조 재즈-록 그룹 Golden Mean의 앨범.

 

2010년대 말, 각자 다른 그룹에서 활동 중이던 베이스 연주자 Tom Driessler와 기타리스트 Luke Wynter는, 역시 다른 밴드의 멤버였던 키보드 연주자 Lyle Barton와 드러머 Matt Davies와 함께 4인조 GM을 결성한다. 이들은 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재즈와 록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양식의 음악을 접목하여, 레트로 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임프로바이징의 자율적 표현을 확장하는 자신들만의 연주를 선보이게 된다.

 

GM의 첫 결과물인 미니 앨범 Through Walls (2020)에서는, 재즈, 록,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등,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인 양식을 접목하고, 사운드 또한 해당 장르의 상징적 요소와 특징을 부각하며, 그룹이 지향하는 음악적 특징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몽환과 몰입을 동시에 포착하는 멜로디에, 신경의 말단을 깨우는 듯한 감각적인 리듬과 비트 등을, 현대적인 감성을 충족하는 세련되고 섬세한 표현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번 앨범은 Jamie Murray가 새로운 드러머로 합류하여 녹음을 완성했고, 전작의 EP에서의 기본적인 음악적 특징들을 보다 더 과감하게 확장하는 듯한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사운드는 더욱 볼드해지며 각자의 고유한 상징적 캐릭터를 강하게 어필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며, 그 합이 이루는 표현 역시 기존의 긴밀함을 보다 견고하게 가다듬고 있다. 레트로 한 특징을 지닌 사운드와 그 음악적 조합은 현대적인 음향 공간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각각의 개별 라인이 지닌 선명성을 부각함으로써 GM이 지닌 감각적인 면모를 세련된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각 악기가 공간 속에서 이루는 위상은 정교하며, 특히 드럼 세트의 탄력적인 사운드는 상하좌우의 온전한 배열을 보여주며 생생한 현장감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익숙한 기존의 복고적인 양식에 기반하고 있지만, 개별 연주자의 기량이 표출할 수 있는 계기를 그 안에서 발견하고 이를 진행 속에서 전개하는 과정은 결코 범상치 않다. 집합적인 합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서 보여주는 기민함과 정교함은, 자율적 표현을 개방하는 순간에서의 능동적 화려함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솔로나 임프로바이징이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을 압박하며 다이내믹을 극대화하는 상호 간의 인과적 일체감은, 본능에 가깝다는 인상을 줄 만큼 확고하고 견고하다. 모든 파트는 자신의 강한 캐릭터를 단 한 순간도 내려놓지 않으면서, 서로의 사운드가 대질을 이루며 강한 에너지를 형성하지만, 빠른 속도의 진행 속에서도 각각의 라인이 서로 중첩하며 간섭을 이루지 않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뛰어난 개인 기량을 집단화한 표현이지만, 온전한 균형점에 수렴하며, 힘을 바탕으로 하는 안정적인 흐름을 담아내고 있어, ‘황금비율’이라는 팀 이름이 무척 절묘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올드 스쿨의 언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현학적이거나 분석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본능에 가까운 현실적 표현으로 자신만의 음악으로 재현하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기존 언어의 현재성을 확인하거나 갱신한다는 거창한 의도보다는, 그 표현이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도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점을, 자신들의 기량을 통해 증명하는 듯한 태도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는 Jazz re:freshed가 표방하는 레이블의 정체성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라,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