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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reg Lamy - Observe the Silence (Igloo, 2021)

미국에서 태어나 룩셈부르크에서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Greg Lamy의 쿼텟 앨범. 과거 색소폰이 포함된 쿼텟 포맷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그 자리에 피아노/키보드 Bojan Z가 참여하고 있고 베이스 Gautier Laurent와 드럼 Jean-Marc Robin은 15년 가까운 오랜 인연을 함께 이어오고 있다. 이전 쿼텟 앨범과의 비교가 큰 의미는 없겠지만 확실히 이번 작업에서는 게리가 내뿜는 고유의 온화함과 차분한 열정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다. 강한 개성을 지닌 보얀이 피아노와 키보드로 참여하고 있지만 그의 사운드는 게리의 톤에 맞춰져 있고 펜더 로드의 배음 또한 기타리스트의 음색과 닮아 있어 리더의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연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쿼텟의 경우 게리-고티에-장 마르크 트리오에 게스트가 참여한 인상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확실히 강한 일체감을 보여준다고 느끼게 한다. 그만큼 게리는 공간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고 그 안에서 풍부한 표현의 계기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진지하면서도 상쾌하고 차분하면서도 에너지 충분한 사운드는 게리가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멜로디와 라인으로 유니크한 음악적 완성을 이루게 된다. 보얀의 팬이라면 그의 입지가 강하게 드러나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듯싶다. 펜더 로드의 사운드는 기타 딜레이에 묻히기도 하고 때로는 세컨드 리듬처럼 제한적 역할을 담당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Morphine"이나 "Mothers"와 같은 곡에서 키보드가 어떻게 새로운 공간적 연출을 유도하고 쿼텟의 분위기를 새롭게 갱신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분히 오디너리하고 전통적인 표현에 입각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귀결될 수도 있는 순간에 보얀의 역할은 이를 모던하면서도 풍부한 공간감을 지닌 유니크함을 보완하는 것이다. 실력이나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 게리가 지금처럼 저평가될 이유는 하나 없으며, 그의 음악이 많은 사람과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202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