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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éloïse Lefebvre & Paul Audoynaud - Sun Dew (Laborie Jazz, 2017)


바이올린 연주자 헤로이제 르페브르와 기타리스트 폴 아우도외누아의 데뷔 앨범. 프랑스에서 출생했고 베를린에서 함께 활동 중인 두 젊은 뮤지션의 6인조 투어 밴드의 녹음을 담고 있다.재즈씬에서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차지하는 제한적 역할과 위상 때문에 이 악기를 주로 하는 재즈 뮤지션들 중 주목을 받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손꼽을 만한 몇몇 대표적인 뮤지션들 조차 주로 전통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에 한정된다. 어쩌면 높은 음역대의 현악기가 재즈의 전통적인 기본 악기들과 음역의 위상차가 큰 탓에 쉽게 하모니를 이루기 어렵고 들뜨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정도 존재할 수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제약을 두 가지 방법으로 우회한다. 첫 번째로 첼로를 배치함으로써 현악의 음역을 넓게 만들어 바이올린이 기존의 악기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운신 폭을 넓히는 것, 두 번째로는 전통적인 재즈의 영역에서 벗어나 집시 음악이나 락, 클래식 등과 같은 인접 장르의 악기 활용 예를 수용함으로써 바이올린의 주도적 활용성을 모색한다. 이와 같은 음악적 전술은 헤로이제와 폴 두 사람이 2012년 Please Spring! 이라는 듀엣을 결성한 이후 다양한 무대 경험을 통해 축적된 성과들을 반영한다. 실제로 듀엣은 점차 섹스텟으로 확장되었고, 음악의 내용 역시 집시와 재즈에서 클래식과 락 등 인접 장르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그 동안 공연을 통해 선보였던 레파토리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기타의 속주를 대체하는 듯한 헬로이즈의 바이올린은 때로는 프로그래시브 락 그룹 New Trolls나 Esperanto에서의 현악 활용을 연상시키기도 하며("Black Stache"), 폴의 기타는 가끔 David Gilmore의 퇴폐적 분위기를 소환하기도 한다("Insane Headache (QOTSA Medley)"). 이들의 악기 활용이나 연주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곡 하나 마다 담긴 음악적 서술체계는 무척 드라마틱하여 마치 기승전결의 완벽한 형식을 갖춘 이야기처럼 들린다( "Meandres"). 내재화된 장르의 복합성이 만드는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앨범이다.


2017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