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Haiku Salut - The Hill, The Light, The Ghost (Secret Name, 2021)

영국 멀티 인스트루먼트 트리오 Haiku Salu의 앨범. Gemma Barkerwood, Louise Croft, Sophie Barkerwood 등 세 명의 여성 뮤지션으로 이루어진 HS는 피아노, 기타, 드럼 등과 같은 기본 악기는 물론 현악기와 관악기 등을 비록 신서사이저와 일렉트로닉 등을 이용해 복합적인 사운드의 특성을 보인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일렉트로닉과 관련한 자신들의 음악적 요소에 대해 'loopery and laptopery'라고 표현할 만큼, 기본적인 연주 악기의 기악적 특성을 바탕에 두면서도 루프 장치와 시퀀싱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트리오라는 사운드의 공간을 넓게 연출하여 실험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들의 사운드만큼이나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보여주는데 포크, 모던 클래시컬, 포스트-록 등의 요소적 특징들을 아우르는 다면적인 성격을 지닌다. 이번 HS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은 이들의 장르 복합적인 매력을 담아내고 있다.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곡을 통해 사운드를 구성하고 음악을 연출하는 특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드러난다. '언덕, 빛, 유령'이라는 다분히 동화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이번 타이틀에 걸맞게 트리오는 앨범 전체를 통해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다. 연주 악기와 일렉트로닉의 경계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감을 최소화하면서도 각각의 사운드자 지닌 고유의 특징을 살리고 있는데, 곡의 성격에 따라 그 범위에 미묘한 가중치를 둠으로써 개별 타이틀의 성격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는 듯한 전개를 보여주는데, 필드 리코딩을 활용한 다양한 주변음은 그 성격을 자연스럽게 강화하며 내러티브의 몰입을 보장해준다. 때문에 각각의 곡들은 그 전개에 걸맞은 정교한 사운드의 큐레이팅을 통해 완성되고 있고, 개별 음향 또한 그 구성에 적합한 공간적 리버브와 위상을 보여줌으로써 보다 정교한 묘사를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단순한 기교적인 접근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장치로 작용하여 음악적 몰입을 유도한다. 특히 경계가 구분 자체가 무의미한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통해 완성된 음악이기에 더욱 풍부하고 세밀한 상상력의 자극을 이끌어내고 있어 매력적이다.

 

202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