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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annu Karjalainen - Railo (Signature Dark, 2021)

핀란드 시각예술가 및 작곡가 Hannu Karjalainen의 앨범. 사진 및 영상 관련 작업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한누는 리코딩 뮤지션으로서도 나름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누의 음악은 자신의 시각 예술 작업과도 암묵적인 연관을 지니게 되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된 3개의 트랙 "Railo", "Musta Jää", "Sula" 등은 비디오 영상과 함께 제공되고 있다. 2019년부터 약 2년여에 걸쳐 완성된 이번 앨범은 핀란드의 싸늘한 기후적 풍경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기후 변화에 따른 위협을 다루고 있다. 공식 비디오 아트를 보더라도 이와 관련한 주제를 정적인 영상을 통해 드러내고 있으며, 타이틀을 비롯한 각 곡의 제목 또한 '바람', '균열', 검은 걸음', '녹은' 등과 같이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음악 또한 그에 걸맞은 무겁고 엄중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장르적으로는 흔히들 말하는 다크 앰비언트의 경향적 특징을 띄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앨범 발매를 목표로 2020년에 출범한 신생 Signature Dark 레이블을 통해 한누가 녹음을 발표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대목이다. 추운 냉대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해상 기후 현상을 다루는 만큼 앨범은 묘사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브라스와 스트링 계열의 신서사이저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퍼커션, 이팩트, 필드 리코딩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마치 디지털 오케스트레이션과 같은 장엄함을 연출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운드의 규모를 볼륨감 있게 가져가지는 않고, 오히려 정교한 레이어링을 통해 각각 사운드가 지닌 고유의 텍스쳐를 살리면서도 하모니를 통해 연출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밀도 있게 끌어내고 있다. 이와 같은 대위와 조화가 만들어내는 효과 그 자체만으로도 중량감 있는 무게가 느껴지고 절박한 현재의 엄중함을 표현하는 듯하여 상당히 인상적이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면서도 음악적 완성도에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준 앨범이다.

 

202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