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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ard Swing Mango - Loin, une fois de plus (self-released, 2023)

 

프랑스 재즈 트리오 Hard Swing Mango의 앨범.

 

HSM은 피아노 Julien Quériaud, 베이스 Xavier Garnier, 드럼 Arnaud Perrin 등으로 구성된 트리오로, 2017년 결성 직후부터 권위 있는 여러 페스티벌과 콘테스트에 참여하며 인상적인 성과와 더불어 큰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Cristal 레이블을 통해 데뷔작 Rhapsodie (2018)을 선보였는데, 창의적인 독창성을 담은 성과를 담고 있음에도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점은 개인적으로도 아쉽다고 생각하게 된다. 현재의 앨범과 비교해도 당시에 HSM이 이룬 음악적 성취는 완성형에 가깝다는 인상을 줄 만큼 자신들만의 고유한 특징을 매력적으로 발산하고 있으며, 재즈의 기본적인 언어에 충실하면서도 팝, 록, 클래식 등의 표현을 자유롭게 응용하는 유연함은 서정적이면서도 진지한 매력을 제공했다.

 

긴 우여곡절 끝에 이번 앨범 제작을 위해 HSM는 온라인 기금 모집으로 비용을 마련했고, 자주 발매 형식을 통해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을 더욱 강하게 반영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전작에서는 전통적인 스텐스에 충실한, 비교적 고전적인 청자들을 의식한 몇 개의 트랙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HSM만의 고유한 특징을 담고 있는 독창적인 선곡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각 곡의 길이 또한 7-12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을 지니고 있어, 하나의 단순한 구성과 형식으로 귀결되지 않는 변화와 역동을 충분히 체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테마임에도 그 안에 충분한 즉흥의 전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화려함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곡 안에서도 다양한 즉흥의 모티브를 끊임없이 확장하며 극적인 변화를 이어가고 있어, 긴 곡의 길이에 비해 체감하는 시간은 짧기만 하다. 빠른 템포의 연주에 기반하면서도 서술형의 화려한 임프로바이징 대신, 핵심을 이루는 코드들을 중심으로 유연한 변주를 구성하고, 이를 확장하여 새로운 모티브를 유도하거나 반전에 가까운 의외의 계기를 제안하는 등, 나름의 치밀한 구성과 전개는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전통적인 양식의 진행에서도 다분히 현대적인 대중적 취향의 코드나 멜로디의 조합을 활용하여, 나름의 독특한 감각적 표현을 완성하고 있어 이 또한 매력적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피아노와의 긴밀한 대위적 연관을 바탕으로 형성하는 인터랙티브 한 진행이다. 피아노의 진행 방식이나 주법에 따라 다양한 양식의 연주로 대응하는 베이스 워킹과, 둘 사이의 연관에 개입하며 공간에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연출하는 드럼의 조합은 무척 유기적이면서도, 능동적인 변화에 감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인상을 줄만큼 유연하다. 특히 피아노와 베이스의 관계는 마치 정교한 수학적 정합성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다양한 양식의 텐션을 구체화하는 역동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트리오 형식에 기반하고 있지만, 베이스와 드럼의 자율성을 확장하고 유기적인 역동성을 끌어내는 접근은, 그 자체로 복합적인 양식의 조합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클래식에서부터 록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적 표현에 대응하기도 한다. 독특한 점은 이와 같은 여러 장르적 요소들이 이질적인 양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재즈의 언어에 기반을 둔 상태에서, 마치 HSM 고유의 내재된 표현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발현된다는 점이다. 그 뉘앙스는 무척 미묘하여 직설적 형태와는 다른 은유처럼 전달되는가 하면, 한순간의 불꽃처럼 빛을 발하는 듯한 번쩍임으로 다가오기도 하여, 짧은 순간순간 그 자체로 하나의 미적 완성이 실현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멀리, 한 번 더’라는 타이틀에 담긴 HSM의 간절한 소망과 음악적 의지가 충분히 반영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앨범이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특징 또한 매력적으로 발산하고 있는 작업이다. 역동적이면서도 진지하고, 창의적이면서도 심미적인 연주로 가득한 앨범이다.

 

 

2023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