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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elen Money & Will Thomas - Trace (Thrill Jockey, 2023)

 

Helen Money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미국 첼로 연주자 Alison Chesley와 영국 출신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Will Thomas의 앨범.

 

앨리슨의 음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첼로의 음색과는 다른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표현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독특한 사운드와 효과가 연출하는 이미지는 주변 음향과의 관계 속에서 보다 다채로운 내용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와 같은 그녀의 음악적 특징은 록, 메탈, 일렉트로닉 등과 같이 에너지가 표출하는 여러 장르와의 관계 속에서 독특한 입지를 구축하게 되었고, 실재 앨리슨은 해당 분야의 뮤지션들과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윌 또한 유명 TV 시리즈나 영화 음악을 포함해 활발한 작곡 활동을 이어왔으며, 전자 음악 분야에서도 여러 음악가들과의 협업으로 인상 깊은 성과를 남겼으며, 개인 작업에서도 몰입적인 사운드의 완성을 선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앨리슨과 윌은 1990년대 초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지며, 몇몇 프로젝트를 포함 앨리슨의 개인 작업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등, 지금까지 비교적 꾸준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이들 두 사람의 타이틀로 발매한 첫 번째 작업이며, 오랜 시간 각자의 방식으로 축적한 음악적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유연한 관계를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러한 관계의 유연함 속에서도 각자의 개성은 충분히 드러나고 있으며, 동시에 이 둘만이 함께 연출할 수 있는 창의적 시너지 또한 온전하게 실현하고 있다.

 

첼로와 신서사이저/피아노라는 구성의 단출함에서 연상할 수 있는 소박한 이미지와는 달리, 앨리슨과 윌은 각자의 악기로 완성할 수 있는 복합적인 레이어의 구성을 활용해 우리의 음악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첼로의 루프 페달을 이용한 반복적인 이미지의 형상화는 물론 각종 이펙터를 활용해 연출하는 굴곡된 현악의 사운드는 전자 음향의 레이어와 다양한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모티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일렉트로-어쿠스틱이라는 익숙한 기존의 음악적 신테시스를 활용하고 있어, 사실상 그 둘 사이의 경계나 구분은 무의미하며, 모든 개별적 사운드는 공간 안에서 각자의 위상과 기능으로 작용한다는 인상을 줄 만큼, 음악 그 자체는 하나의 거대한 총체성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다분히 기능적 배열을 기초로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들이 함께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매우 구체적이고 섬세하다. 대위적인 공간 구성을 통해 모색하는 고전적인 진행은 물론, 다양한 텍스쳐와 톤의 대비를 활용해 연출하는 실험적인 표현을 포괄하는 다양성은 앨리슨과 윌이 형성하는 음악적 연관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신의 역할을 음악적 구성 안에서 기능적으로 구조화하지 않고, 곡의 분위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새롭게 갱신하며, 서로의 표현과 그 관계의 유연함을 활용해 창의적 다양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현악과 엘렉트로닉이 서로 대면하는 방식은 물론, 자신의 라인이 다양한 레이어들을 통해 구성하는 관계에서도 해당한다. 각기 다른 특징을 부각하기보다는 상호 간의 기능적 합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은 물론 일렉트로닉의 실험적 양식에 이르는 폭넓은 합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접근의 개방성은 물론 유연성까지 함께 포착하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이들의 표현은 앙상블의 규범적인 조화는 물론 서로의 캐릭터가 맞닿으며 발생할 수 있는 충돌과 불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때로는 소리의 경계를 모호하게 중첩하며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 하모닉스의 연출하는가 하면, 다양한 음향적 대비를 통해 공간의 이미지와 밀도의 디테일을 세분화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에는 단순한 톤과 텍스쳐만 남아, 그 조합이 이루는 공간의 신비감을 극대화하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각자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호흡하며 진행을 이어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내러티브보다는 구성을 통해 완성하는 고유한 이미지와 그 변화에 초점을 맞춘 진행이지만, 곡의 성격에 따른 유연한 레이어의 조합을 활용해 해당 트랙의 변화와 역동을 강조한다. 텍스쳐의 대비가 이루는 감각의 고양은 물론, 멜로디와 카운터의 조화를 통해 연출하는 정적인 라인에 이르기까지, 익숙함과 신선함의 경계를 허물며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 생동감을 깊이 있게 담아낸 앨범이다.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