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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elge Lien Trio - Guzuguzu (Ozella, 2017)


3년만에 선보인 헬게 리엔 트리오의 통산 아홉 번째 앨범. Frode Berg (b)와 Per Oddvar Johansen (ds)은 전작에 이어 이번 신보에서도 함께 참여한다. 리더인 헬게 리엔의 음악적 활동을 되돌아 보면 강박증에 가까운 형식적 집착을 느끼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옵세시브한 징후들이 그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색들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공간을 개방하는 대신 철저하게 통제함으로써 내적 긴밀감을 강조한다거나, 임프로바이징의 영역에서조차 실내악적 엄격함을 유지하는 방식 등은 이미 이들 트리오의 미학적 스타일로 완성된지 오래다. 이번 앨범에서는 각각의 곡에 형식과 표현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마이너 펜타토닉으로 몰입감을 강조한 "Guzuguzu (Moving Slowly)", 베이스 라인이 만드는 임프로바이징 공간에서 마치 점묘하는 듯한 짧은 타건으로 라인을 점층시키는 "Garari (Completely)", 제한된 코드와 스케일로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장식하며 미니멀한 표현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Jasmine", 북유럽 특유의 감성으로 음악적 서정성을 극대화한 "Nikoniko (Smiling)"와 "Shitoshito (Raining Quietly)" 등의 다양함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스타일링을 앨범 전체에 관철시키는 집요함을 잃지 않는다. 앨범 전체를 듣고 나면 마치 합본을 목적으로 씌여진 짜임세 있는 단편 소설들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Curling Legs 레이블에서의 데뷔작인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2001)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신선함이 15년을 훌쩍 넘은 지금에서도 여전히 기대와 설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반가울 따름이다.


201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