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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eliochrysum - We Become Mist (Bedroom Community, 2021)

미국 전자음악가 Michael Deragon과 Daniel Lea의 듀오 프로젝트 Heliochrysum의 앨범. 이렇다 할 정보가 거의 없는 두 뮤지션에 대한 첫인상은 올해 초 발매된 이들 듀오의 미니 앨범 Forbidden Structures (2021)를 통해서였는데, 아날로그와 디지털 프로세스를 결합하여 독특한 톤과 텍스쳐를 연출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 방식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사운드를 마치 구조화된 아키텍처처럼 배열하고 각각의 고유한 레이어가 이루는 음향의 층위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입체적인 위상을 통해 자신들만의 음악적 세계관을 완성하는 듯한 모습은 마치 하나의 가상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모습처럼 들린다. 이와 같은 특징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긴 시간 동안, 온전한 앨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헬리오크라이섬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텍스트가 될 듯싶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마치 영화와도 같은 공간을 연출하고 그 안에 다양한 극적 시퀀스를 완성함으로써 마치 한 편의 내러티브를 경험하는 듯한 몰입은 제공하고 있다. 각각의 트랙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이와 같은 느낌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으며, 오히려 개별 곡 안에서 개입해 들어오는 의외성들로 인해 그 흐름이 굴절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일종의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지향하는 듯하지만, 사운드 스케이프에 의해 압도되는 유사한 스타일의 음악들과는 달리 끊임없이 변화하고 역동하는 메카니컬 한 호흡처럼 묘사하고 있어 그 느낌은 다분히 격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렇게 다양한 사운드의 움직임 속에서도 관습적으로 반복될 법한 스테레오 타입을 배제하는가 하면, 리버브나 이펙트 등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의외성을 드러내기도 하여 앨범을 듣는 모든 순간을 통해 흥미로운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다소 다크하고 볼드한 특징을 지닌 사운드지만 구조화된 체계 안에서 작동하는 느낌은 다분히 SF적이고 때로는 몽환적이기까지 하여 매력적이다. 마치 사운드와 그 배열을 통해 정교한 구성을 지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흥미로운 앨범이다.

 

202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