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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enrik Lindstrand - Klangland (One Little Independent, 2023)

 

스웨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Henrik Lindstrand의 앨범.

 

헨리크는 음악원 졸업 후 다양한 세션과 연주 활동을 펼쳤으며, 북유럽에서 오랜 음악적 역사를 자랑하는 4인조 그룹 Kashmir에 2000년대 초부터 정식 멤버로 발탁되어 10년 이상 안정적인 커리어를 지속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영화 음악이나 미디어 관련 작업에서도 나름의 인상적인 성과를 선보이기도 했다. 헨리크에 의하면 어린 시절 연주했던 고향집 피아노에 다시 앉기까지 4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세 살 때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고, 40년 만에 자신의 첫 솔로 앨범 녹음을 위해 다시 그 자리를 찾았던 것으로 전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Leken (2017)이었고, 이후 Nattresan (2019)과 Nordhem (2020)을 발표하며,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게 된다.

 

소위 피아노 3부작이라고 칭한 세 앨범은 각기 나름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담아내고 있지만, 피아노 연주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정서적 반영을 담은 섬세한 사운드의 레이어를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아노의 연주에 디테일이나 묘사적 부연을 더하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구성이지만 나름의 인과적 연관성을 철저히 따르고 있었으며, 그만큼 연주 자체를 통해 완성하는 멜로디는 물론 악기 고유의 톤과 사운드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음악적 힘을 지니기도 한다. 작곡과 연주가 지닌 음악적 확장성은, 여러 뮤지션들이 그의 음악을 대상으로 작업한 일련의 재구성을 담은 Reimagined (2021)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 대해 헨리크는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확장할 필요성을 느꼈고, “새로운 악기 서사와 집중된 멜로디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도전을 시도했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그가 직전의 현대적인 재구성 작업에서 일말의 음악적 힌트를 얻게 되지 않을까 짐작했지만, 정작 본인이 선택한 방법은 예상과는 다른 전혀 의외의 접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헨리크다운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Robert Ames가 지휘한 16인조 스트링 섹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작곡과 연주를 재현하는 접근을 선보이게 된다.

 

미니멀한 구성 속에 복합적인 정서의 다면성을 드러냈고, 그러기에 음 하나하나에 섬세한 숨결을 담았던 기존 피아노 솔로 작업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은 형식이나 내용에서도 전혀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고 있음을 쉽게 느끼게 된다. 풍부한 현이 제공하는 공간은 여유롭고, 그 속에서 헨리크는 감정이 굴절 없이 진솔하게 드러나도록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여전히 헨리크 특유의 함축적이고 집약적인 표현이 특징을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정서 내면에 도달하는 과정은 평온하고 순탄하다. 그러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이미지너리 한 시각적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는데, 마치 고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음악적 풍경들은 친숙하고 편안하다. 스트링의 편곡은 전통적인 배음과 효과를 활용하여 익숙함을 강조하는 듯하며, 이를 통해 연출하는 기시감은 음악에 더욱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피아노와 스트링 섹션의 관계는 유연하여, 어느 한 편이 다른 쪽을 꾸미거나 배경을 이루는 식의 통상적 구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각각 자신의 라인과 흐름에 따라 다양한 연관성을 형성하며, 개별 곡의 분위기를 구체화하기도 한다. 전자 음향의 섬세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기존 피아노 솔로 작업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공간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방식은 물론, 스트링과의 배음과 대비를 이루는 구성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곡의 흐름에 안착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번 앨범은 기존 피아노 솔로를 현악 섹션과의 관계를 통해 확장하고 있지만, 헨리크가 지금까지 다뤘던 음악적인 내용들이 보다 명료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도달한다는 것이 미덕이다. 전통적인 영화 음악과도 같은 익숙한 기존 문법을 활용한 표현은 그만큼 진솔하고 편안하다. 화려하지만 꾸밈이 없어 피아니스트 특유의 집약적 표현이 확장적 형식 속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새로운 접근임에도 헨리크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정제된 방식으로 담겨 있는 앨범이다.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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