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Hidden Orchestra - Dawn Chorus (Tru Thoughts, 2017)


영국 출신 작곡가 겸 연주자 Joe Acheson의 프로젝트 그룹 히든 오케스트라의 세 번째 정규 앨범. 그의 음악과 관련한 수 많은 수식어들 만큼이나 그룹 이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레코딩을 위한 솔로 프로젝트 그룹으로 오버 더빙을 거쳐 사운드를 만들어가고 다른 뮤지션들의 필요한 조력을 받아 사운드의 레이어를 덧붙여 자신만의 독특한 오케스트레이션 효과를 완성시킨다. 이와 같은 부류의 음악들은 현실적인 물리적 제약 때문에 라이브에 소극적이지만 히든 오케스트라는 별도의 라이브 팀을 꾸려 공연 활동 또한 활발하게 펼친다. 이번 앨범 역시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지닌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해 완성되었다. 애치슨의 음악과 관련해 일렉트로닉, IDM, 누 재즈, 모던 클래시컬 등 다양한 접근과 분류 방식 등이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음악에는 다양한 지향성들이 존재하며 여러 장르의 특징들이 오케스트라와 같은 정교한 배열을 통해 음악적 총체성을 확보한다. 음악을 완성해가는 애치슨의 노력은 사운드 디자이너와 디렉터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녹음을 복원해 자신의 음악적 소재로 활용하거나 서로 다양한 장르의 요소와 이질적인 사운드를 조합해 음악으로서의 균형을 이루도록 조율하는 애치슨의 모습은 마치 소리의 조형물을 만드는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또한 그의 음악은 제목의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듯한 표제적 성격이 강하다. 타이틀 Dawn Chorus가 암시하는 음악적 정경을 묘사하기 위해 애치슨은 앨범 전체에 걸쳐 직접 녹음한 새벽의 다양한 소리들을 음악의 배경처럼 활용하고 있다. 애치슨은 이러한 필드 레코딩을 단순한 효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구체적 묘사를 위한 장치로 음악 속에 배치하고 있으며 그 자체가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미학적 완성도를 지닌 건축적 상상력이 음악의 형태로 표현된다면 히든 오케스트라의 이번 앨범과 같은 모습을 띄지 않을까 싶다.

 

2017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