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High Plains - Cinderland (Kranky, 2017)


캐나다의 Scott Morgan과 위스콘신 출신의 첼리스트 Mark Bridges의 듀엣 프로젝트 하이 플레인즈의 데뷔 앨범. 2000년대 초반부터 loscil이라는 일렉트로닉-앰비언트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린 스캇 모건은 이번 앨범을 통해 기존 자신의 음악과 어쿠스틱 연주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2014년 Banff Centre for the Arts의 교수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부분적인 협업을 이어오던 중 2016년 초 겨울 동안 이번 앨범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인 모티브들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첼로나 피아노와 같은 고전 악기들과 현대 음악 장비들을 활용해 간이 스튜디오 녹음과 필드 레코딩 등을 병행했으며 후반 작업 역시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의 방식으로 음악과 사운드의 디테일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녹음 당시의 황량했던 겨울 풍광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각각의 곡들이 전하고자 하는 분위기나 정서는 차가운 계절의 적막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현대 고전 음악,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장르와 음악적 요소들이 하나의 단일한 음악적 질서 안에서 일관된 표현으로 배열되어 있다. 녹음과 믹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음악이지만 실내악적 엄밀함이 존재하며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만드는 텍스쳐의 질감은 전혀 이질적이지가 않다(ex. "Cinderland", "The Dusk Pines" 등). 필드 레코딩을 통해 얻은 음원을 샘플링하여 느린 템포의 드론 효과를 만들거나("Blood That Ran the Rapids"), 폴딩 피아노의 둔탁한 사운드를 도입으로 활용해 음악적 긴장을 고조(" Ten Sleep")시키는 등 loscil에서 보여줬던 모건의 감각적 면모 역시 이번 앨범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Song for a Last Night"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의 모든 특징들을 차분하게 갈무리하는 인상적인 마무리 곡이다. 서로 다른 지반 위에서 활동했던 두 뮤지션이 하나의 정서적 일체감만으로도 어떤 음악적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예로 이번 앨범은 참고할 만한 좋은 텍스트가 될 것이다.

 

2017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