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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ildur Guðnadóttir - TÁR (Deutsche Grammophon, 2022)

 

개봉 예정인 Todd Field 감독의 영화 TÁR (2022)를 위한 콘셉트 앨범.


이번 영화는 토드 감독이 Little Children (2006)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으며, 영화제를 위한 사전 공개 이후 많은 찬사와 더불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여러 부문에서 후보로 제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 Cate Blanchett는 주인공 Lydia Tár 역할을 맡아 독일 메이저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휘자를 연기하며 ‘폭정적인 거장’의 면모를 녹여낸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은 아이슬란드 작곡가 Hildur Guðnadóttir가 맡아 여성 지휘자의 음악적 이면을 담당하고 있는데, 영화가 리디아의 전성기 시절의 복합적인 심리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힐두르 역시 그녀에게 모종의 동질감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된다. 힐두르는 영화 Joker (2019)의 OST를 통해 아카데미를 수상하며 지금까지의 음악적 공헌에 대한 대중적인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Jóhann Jóhannsson을 비롯한 여러 음악 동료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독창적인 세계관을 담아낼 수 있는 ‘거장’의 입지를 다졌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힐두르는 이번 영화 외에도 Sarah Polley 감독의 Women Talking (2022)에도 참여하여, 내년 아카데미에서 두 편의 영화로 음악상 부문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될 가능성까지 예측되고 있다.


힐두르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참여하면서도, 극 중 상황과 인물을 음악을 통해 동기화하는 듯한 인상 깊은 역할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긴박한 전투 장면에서의 인물의 보폭과 동선에 맞춰진 음악적 정교함에 녹아든 비장한 음악은 물론, 일상적인 배경 위에 불안하게 깔리는 선율을 통해 다가올 비극을 암시하는 등, 그녀의 스코어는 극 중에서 하나의 독립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는 배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더 플렉이 조커로 변신하는 화장실에서의 명장면은 힐두르의 음악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늘날 영화음악 분야에서 그녀만큼 창의적인 성과와 인상은 독보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를 관람해야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번 작업에서 힐두르는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의 주요 모티브가 음악이고 극중 배경과 인물의 묘사를 직접적인 음악을 통해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힐두르는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개인 작업을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다만 앨범은 OST라는 타이틀 대신 콘셉트 앨범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힐두르의 음악 몇 편 외에 많은 트랙을 준비 과정에서의 리허설이나 극 중 리코딩 세션 등으로 채우고 있어, 앨범은 마치 영화를 위한 음악 가이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앨범은 Elgar와 Mahler의 주요 작품을 직접 다루면서, 마치 주인공 리디아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트랙은 물론, 실제 완성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순간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공간 표현을 통해 청자가 현장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하고 있다. 이는 마치 음악이 완성되는 지난한 과정은 물론, 영화의 진행 및 주요 장면을 묘사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여, 한편에서는 흥미롭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번 앨범이 힐두르의 작업에 집중한 본격적인 OST로서는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배우 케이트가 리디아의 역할로 리허설을 완벽하게 지휘하는 순간이나, 첼리스트 겸 배우 Sophie Kauer를 비롯해 London Contemporary Orchestra, London Symphony Orchestra, Dresdner Philharmonie 등의 연주를 다양한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롭고 매력적인 앨범이다. 본격적인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 역시 기대해본다.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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