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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Hvalfugl - Strømmer (self-released, 2023)

 

덴마크 재즈 트리오 Hvalfugl의 미니 앨범.

 

2010년대 후반, 피아노/키보드 Anders Juel Bomholt, 기타 Jeppe Lavsen, 베이스 Jonathan Fjord Bredholdt 등 젊은 뮤지션들이 모여 첫 활동을 시작한 이후, 각자의 개인 활동 속에서도, 꾸준한 음악적 유대감을 선보이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 속에, 민속적인 요소를 접목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을 완성하고 있으며, 그 표현 또한 상호 간의 내밀한 합의에 기반하고 있어, 정서 이면의 깊이 또한 함께 품고 있다. 때로는 단순하고 명료해 보이면서도, 그 안에 담고 있는 정서적 내용은 다면성을 지니고 있어 다분히 사색적이며, 음악적 구성 역시 인과적인 긴밀함을 바탕에 두고 있어 들을 때마다 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이들 트리오의 큰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EP 역시 기존 작업의 연장 속에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새로움을 더하고 있으며, 신중하면서도 섬세한 밸푸글의 진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피아노와 기타가 이루는 전면에서의 다양한 음악적 합의와 이를 안정적으로 묶어주는 베이스의 조화는 이번 앨범에서도 큰 매력을 발산한다. 밸푸글의 장점은 전통적인 멜로디와 리듬의 역할이 존재하지만, 이를 유연하게 조합하여 다양한 음악적 기능을 보여준다는 점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을 개방하기도 한다. 모든 악기들이 멜로디와 리듬을 동시에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다양한 조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풍부한 음악적 재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같은 유연성은 이들 음악이 지닌 여유로 드러나기도 하며, 동시에 자신들이 지닌 내밀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감성이 지닌 깊이에 밀도를 더하기도 한다. 공간을 넓게 활용하면서도, 그 틈에 강박적인 프레이즈를 나열하는 대신, 서정 어린 감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여유와 여백을 부여하는데, 이는 각각의 음 하나하나가 서로에 대해 맺고 있는 음악적 연관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다양한 사운드의 활용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기존 작업에서도 하모니움을 이용한 독특한 음색을 이용해 공간적 조합을 완성하기도 했지만, 이번 녹음에서는 피아노 자체의 사운드를 조율해 여러 음색을 응용한 접근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펠트한 톤의 연주로 독특한 감성을 연출하는가 하면, 뮤트를 이용해 색다른 인상의 공간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톤과 사운드에 대한 접근을 통해 서로의 악기가 이루는 배음과 효과에 대한 나름의 시너지를 연주에 담아내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기악적 표현이면서도, 밸푸글의 공간적 합의와 관련한 형식적 진화와도 연관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트리오 고유의 친밀한 색감을 지속하고 있어, 밸푸글의 내밀한 정서적 분위기는 더 큰 매력을 발산한다.

 

사운드에 대한 새로운 접근 외에도, 공간계 이팩터들을 통한 배경 연출의 시도 또한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여, 비록 짧은 분량의 미니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밸푸글의 새로운 도전과 관련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자신들의 음악적 색을 더욱 섬세하게 완성하는 방향을 향해 있어, 밸푸글의 이후 진화에 기대를 갖게 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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