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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 Like To Sleep - Sleeping Beauty (Rune Grammofon, 2022)

노르웨이 재즈 트리오 I Like To Sleep의 앨범. 2015년 기타/베이스 Amund Storløkken Åse, 비브라폰 Nicolas Leirtrø, 드럼 Øyvind Leite 등이 모여 결성한 그룹의 이름은 Thelonious Monk의 “I like to sleep. There is no set time of day for sleep. You sleep when you’re tired and that’s all there is to it.”라는 말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정작 이들이 들려주는 연주는 마치 불면의 고통을 과격하면서도 파격적인 에너지를 통해 분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역설적인 모습은 비브라폰의 사운드가 멜로디 라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습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마치 프로그레시브 록과 초기 재즈-록의 특성을 결합하고 그 공간을 60년대의 프리 재즈의 에너지로 가득 채운 듯한 모습은 무척 과감하면서도 독특한 트리오만의 음악적 성격을 완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폭발적인 에너지의 분출을 이루고 있어 ILTS의 매력을 더욱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Only Connect 국제 현대 음악 축제의 의뢰를 받아 Olivier Messiaen의 Turangalila 교향곡 1악장에 대한 재해석을 담고 있는 15분 분량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앨범에 대한 구상으로 발전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연주가 “Quarantillity”가 아닐까 싶은데, 해당 테마는 마치 투랑갈릴라에서와 같이 앨범 전체에 걸쳐 유사한 반복적 활용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해당 곡에서 활용하고 있는 멜로트론은 이번 앨범에 새로 도입한 악기로, 기존 비브라폰과 유사한 텍스처를 지녔지만 다른 톤 사운드를 연출하면서 앨범 곳곳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ILTS가 지닌 음악적 뉘앙스를 보다 풍부하게 완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소소한 새로움 외에도 이번 작업에서는 더욱 볼드 해진 6현 베이스의 리프나, 적극적으로 빈 공간을 파고들며 이질적인 사운드 사이의 간극을 본드처럼 메워 주는 드럼의 능동적인 역할은 물론, 사이키델릭 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보다 다중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비브라폰의 공명 등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밀착을 보여주고 있다. 템포의 완급에 대해서도 마치 한 몸과 같은 뛰어난 일체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강한 몰입을 유도하는 높은 텐션의 벨로시티에서의 미세한 강약의 균형에서도 완벽한 인터랙티브를 완성하고 있어, 절묘하면서도 놀라운 순간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주변적으로 활용되는 여러 유형의 음향 이펙트는 물론 무게감을 지닌 밀도 있는 사운드스케이프 등, 넘치는 에너지만이 아닌 섬세한 디테일 또한 앨범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어, 능동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임프로바이징이 제공하는 강한 몰입과 더불어 순간순간 극적인 놀라움까지 경험하게 해 준다. 라이브와 같은 생생한 현장감이 스튜디오의 정밀한 사운드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흥미와 흥분을 제공하는 앨범이다. 이 모든 열정과 흥분을 갈무리하는 듯한 “Don't Wake The Sleeping Beauty”는 앨범의 완벽한 마무리다.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