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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ngi Bjarni - Farfuglar (NXN, 2023)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Ingi Bjarni의 퀸텟 앨범.

 

10대 시절부터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로 두각을 나타내던 잉기는 재즈 공연 학사와 작곡 관련 석사 등을 취득하며 전문 뮤지션으로서의 기량을 축적한다. 2010년 재학 당시부터 여러 프로젝트와 세션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고, 2015년에는 자신의 트리오로 데뷔하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다. 두 편의 트리오 앨범 발표 이후 선보인 퀸텟 녹음은, 기존 3인조 편성에서 보여준 자율적 생동감을 더욱 확장하며, 보다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재현하는 성과를 담아낸다. 감염병 사태로 인한 음악적 휴지기에, 양손을 위한 즉흥적 개방성을 모티브로 작성한 작곡과 녹음을 담은 솔로 작업 이후, 이번 앨범은 4년 만에 발매한 퀸텟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 녹음에는 트럼펫 Jakob Eri Myhre, 기타 Merje Kägu, 베이스 Daniel Andersson, 드럼 Tore Ljøkelsøy 등 예테보리 대학 Academy of Music and Drama 동문들로 이루어진, 전작 Tenging (2019)과 같은 편성으로 진행되었다. 잉기는 전작 발표 이후 투어 중에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는데, 베스트만 제도의 교회 커뮤니티 홀에서 예정된 공연에 단 한 명의 관객도 참석하지 않아, 관리인조차 없는 장소에서, “연주하고 싶은 욕구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 의해 채색되던” 그곳에서의 경험을, 이번 앨범 발표에 앞서 공유한다. 텅 빈 객석을 향해 “지금까지 연주한 최고의 테이크”를 남겼던 강렬한 기억이, 이번 작업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전작은 2020년 아이슬란드 뮤직 어워드 5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퀸텟은 그해 최고 재즈 아티스트에 선정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퀸텟 음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노르딕 특유의 공간적 분위기에 민속적 요소를 더한 다면성을 표출한다는 점이다. 이는 에스토니아 출신인 기타리스트 메르예의 영향 때문이라 짐작할 수도 있지만, 실제 팀의 에스닉 한 분위기가 다분히 중동적인 특징과 연관되어 있어, 어쩌면 퀸텟 고유의 특이점을 구성하는 요소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이와 같은 요소가 아니더라도 퀸텟만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는 음악적 요인들은 이것 말고도 이미 차고도 넘친다.

 

퀸텟은 작곡에 근거한 합목적성에 기반하면서도, 진행 과정에서는 개별적 자율성의 공간을 확장하여, 마치 개별 뮤지션들의 창의적 표현이 겹겹이 쌓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를 두고 잉기는 “내 음악을 아름답게 파괴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각기 다른 톤과 텍스쳐를 지닌 프런트 악기들의 다양한 조합을 활용한 테마나 재현부에서의 정교한 프레이즈와 대비를 이루는, 자율 공간에서의 능동성은 마치 각자의 질량과 밀도로 연주의 부피를 확장할 것만 같은 다이내믹을 펼치는데, 이 과정은 리더의 통제가 아닌 상호 간의 인터랙티브 한 긴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율적으로 조율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각자의 기능적 역할과 표현은 상호 간의 인과적 능동성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방식 또한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어, 진행 자체는 마치 새로운 집단적 작곡 과정을 직관하는 듯한 생생함을 지니고 있다. 솔로 라인 또한 상호 간의 보완적 개입을 통해 공간을 점층적으로 확장하며, 진행에서의 역동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교하면서도 긴밀한 의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퀸텟 안에서 그나마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개입하는 듯한 베이스조차도, 피아노의 왼손과 대칭과 대비를 이루며 음악적 의사를 표출하는가 하면, 자신의 솔로 공간에서 펼치는 인상적인 기악적 표현을 통해 그 역할이 단순한 기능적 제약에 한정하고 있지 않음을 명확하게 밝히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과정이 자율적 일관성을 향해 수렴한다는 점에서 퀸텟의 음악적 견고함을 엿볼 수 있다.

 

풍부한 정서적 반영을 간직한 멜로디와 이를 응집하고 다듬어 서술하는 듯한 정교한 코드 보이싱, 화려한 듯하면서도 내면에 간직한 비장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솔로, 조성의 변화나 크레셴도를 통해 미묘한 감정의 흔들림까지 포착하는 음악적 섬세함 등, 이들의 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분과 감동의 순간은 무척 다양하다. 흔히 연성할 수 있는 노르딕 특유의 정서적 분위기와 더불어, 자신들만의 독특한 공간적 감성을 품은 스타일까지,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집단적 합의에 의해 완성한 퀸텟 고유한 음악적 색까지 두루 갖춘, 인상적인 팀워크를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