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Intelligent Life - Lost in Translation (Audiobulb, 2021)

Intelligent Life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인 미국 전자음악가 Jeff Düngfelder의 협업 앨범. 지금까지 제프가 Ümlaut라는 활동명으로 트랜스 계열에 기반을 두면서도 공허한 듯한 공간감을 연출한 사운드를 선보였다면, 올해 첫 작업을 발표한 IL의 경우 임프로바이징 악기를 활용해 도회적인 공허함을 음악적 이미지로 묘사하는 듯한 새로운 분위기의 전환을 시도한다. 올 초에 발표한 Everything Is Always The Same (2021)에서는 베이스 연주자 Mike Brown과의 듀엣으로 프로젝트의 첫출발을 알렸다면, 이번 앨범은 트럼펫 Joshua Trinidad이 합세하여 보다 본격적으로 IL의 장르적 특성을 강화하고 있다. 전작에서는 앰비언트적인 일렉트로닉의 공간 속에 베이스의 다양한 실험적인 연주를 통해 장르적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게 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서로 다른 텍스쳐들을 의도적으로 대치시키면서 그 대비가 연출하는 긴장을 고스란히 살리는 동시에 보다 명료한 IL만의 사운드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조슈아의 경우 일렉트로닉의 공간 속에서도 자신만의 사색적인 프레이즈를 펼치는데 상당히 특화된 뮤지션이기에 기존 IL과 융합하여 새로운 음악적 시너지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재즈의 시선에서 이번 앨범을 본다면 서로 독립된 자율적 개별 공간 속에서 유기적인 인터플레이를 상대화한 전략으로 각자의 관조적 내면을 즉흥적으로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렉트로닉의 관점에서도 기본 노트와 스케일을 바탕으로 라이브적인 시퀀싱에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두 개의 레이어가 개입하는 것처럼 들린다. 제프가 연출하는 사운드 스케이프와 공간적 애트모스피어 속에서 베이스는 비정형적인 비트를 담당하고 트럼펫은 묘사적 라인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여기서 조슈아의 트럼펫이 제프나 마이크보다 한발 물러선 듯한 리버브에 둘러싸여 있는데, 거리상으로는 멀게 느껴지지만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듯한 탈현실적 사운드처럼 느껴지게 하면서 IL의 음악을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특징을 완성한다. IL은 이후에도 이들 세 명의 조합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20210603

 

 

 

related with Joshua Trinidad

- Joshua Trinidad - In November (RareNoise,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