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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sfar Sarabski - Planet (Warner, 2021)

아제르바이잔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Isfar Sarabski의 앨범. 1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는 이자파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이 그의 첫 공식 데뷔작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다. 물론 모두가 기억할 Rain Sultanov와의 색소폰-오르간 듀엣 녹음도 존재하긴 하지만, 이번 앨범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은 물론 작곡 및 편곡에 이르는 포괄적인 음악적 재능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첫 계기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하기라도 하듯 이자파는 이번 앨범에 총력을 쏟은 듯한 인상을 준다. 기본적으로는 베이스 Alan Hampton과 드럼 Mark Guiliana와의 트리오 포맷에 기반한 연주를 들려주고, Lev Trofimov가 지휘하는 Main Strings Ensemble과의 협연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아제르바이잔 전통 현악기 타르, 현악 사중주 외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한 트랙도 수록하고 있다. 앨범은 재즈, 클래식, 민속 음악 등을 포괄하는 장르적 다양성을 보여주면서도 이자파의 유니크한 표현이 드러나는 표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Swan Lake"를 형식적으로 재구성하여 현대적인 재즈의 배열로 완성하는가 하면, "The Edge"에서는 민속적 테마를 모티브로 재즈의 규범적 언어로 확장한 이후 클래식적인 표현의 확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러시아 출신 드럼 Sasha Mashin과 베이스 Makar Novikov의 트리오를 기본으로 한 "Planet"에서는 모던 클래식의 형식적 구성 속에서 전통적인 재즈 트리오의 준칙을 관철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귀를 사로잡는 것은 단연 아자파의 피아노다. 빠른 속주로 라인을 이끌어가는 타건은 기본적으로 강한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여기에 집중력으로 풀어가는 화려한 라인 안에서 번뜩이는 서정미는 피아니스트의 감각적 재능을 넋 놓고 감상하게 만든다. 앨범에서는 비교적 부피감이 느껴지는 앙상블 사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무게에도 불구하고 날렵함과 기민함이 느껴지며, 다소 경쾌하게 편성하여 세련된 경음악처럼 연출하고 있어 앨범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Warner와의 계약에 재즈와 일랙트로닉 두 장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해지고 있어, 이후 작업에 대해서도 기대를 하기에 충분할 듯싶다.

 

202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