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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van Blomqvist - Bror (Jazzland, 2023)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스웨덴 출신 뮤지션 Ivan Blomqvist의 앨범.

 

이반은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 관련 학위를 받은 피아니스트/신서사이저 연주자 겸 작곡가로,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재즈 및 즉흥연주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Rohey Taalah이 이끄는 4인조 소울 그룹 Rohey에서 키보드를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현업으로 오슬로 ARC Studios에서 믹싱 엔지니어와 프로듀서로 활약하면서, 재즈는 물론 팝, 힙합, R&B 등의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협업을 이어오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실현하기도 한다.

 

재즈와 즉흥연주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전문 연주자로서의 재능과 더불어, 다양한 주변 장르와 관련한 폭넓은 이해는 이반 자신의 개인적 창작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그의 솔로 앨범 Nu minns jag (2020)는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그리고 주변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북유럽 특유의 감성에 담아 서정적인 표현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재즈라는 장르적 범주 내에서 일렉트로닉의 여러 요소를 접목하여 독특한 다면적 공간을 완성하고, 그 안에서 신중한 임프로바이징을 전개하고 있어, 솔로라는 한정적인 영역 내에서 뮤지션으로서의 내면을 인상 깊게 보여주고 있는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이반의 이름을 처음으로 기억하게 만든 앨범이기도 하여, 이후 새롭게 발표한 이번 녹음이 더욱 반가울 따름이다.

 

전작이 솔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 작업인 반면, 이번 앨범은 색소폰/베이스 클라리넷 Karl Nyberg, 각종 스트링 Lise Sørensen Voldsdal, 트롬본 Erik Johannessen, 트럼펫/플루겔호른 Lyder Øvreås Røed 등이 각각의 트랙마다 서로 다른 조합을 이루고 있으며, 세 번째 곡에서는 Daniel Herskedal이 튜바와 베이스 트럼펫 연주를 더 해주고 있다. 참여한 뮤지션의 개인적 면면이 보여주는 놀라움은 물론 이와 같은 조합으로 완성한 음악적 구성 또한 의외이면서, 동시에 신선하다. 전작과 유사하게 즉흥연주와 일렉트로닉의 관계에서의 유기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작업의 경우 복합적인 편성을 활용해 그 표현을 보다 확장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여러 연주 악기와 일렉트로닉의 관계 속에서 곡의 구성을 구조화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개방하는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활용해 재즈적인 표현을 확장하는, 이반 나름의 독특한 양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구조화의 이면 속에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병렬을 이루며 상호 간에 미묘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드럼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반의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간결한 비트 시퀀싱을 통해 감각적인 다운템포의 표현을 수용하기도 하고, 스트링과 일렉트로닉의 정교한 레이어링을 구성하여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내면화된 정서적 깊이를 담아내기도 한다. 다양한 사운드의 패치와 정교한 오실레이팅을 거친 섬세한 텍스쳐와 이펙트를 통해 앰비언트 특유의 몽환적 서정을 연출하는가 하면, 금관악기들을 활용한 멜로디 라인과 임프로바이징의 배열은 공간의 지향점이 재즈를 향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이 구조화된 레이어를 이루며 독특한 배음과 하모니를 연출하면서, 이미지너리 한 묘사적 특징도 함께 포함하는 풍부한 정서적 표현을 이루고 있다. 테마를 구성하는 요소 또한 민속, 클래식 등 주변 장르에서 기원한 특징들도 활용하고 있어, 음악이 지닌 나름의 다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구조화된 양식 덕분에 재즈 특유의 인터랙티브 한 공간 활용은 제한적이고, 임프로바이징 또한 일련의 규범화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형식적 구성이 이반의 음악이 지닌 특징을 더욱 강하게 부각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공간 안에 풍부한 감정과 정서를 밀도 있게 포용하면서도, 과장 없는 정돈된 표출을 가능하게 하고 있어, 그 구성에서의 탁월함은 두말할 필요 없을 듯싶다. 순수한 일렉트로닉이나 모던 클래시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무척 인상적인 성과임은 분명하다.

 

‘친구’를 의미하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과 같이, 자신의 일상과 주변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서정과 유쾌함이 공존하며, 마치 깊이 있고 진지한 사적 대화를 옆에서 경청하는 듯한 몰입을 제공하는 곡들이 가득하다.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에서 탄생한, 일렉트로닉과 재즈의 융합을 실천한 유명 거장들의 일련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업이며, 앞으로 이반이 어떤 음악적 진화를 이룰지, 꾸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앨범이다.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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