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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ARR - An Echo In Her Skin (Hush Hush, 2021)

Yellow6라는 솔로 프로젝트로 활동 중인 영국 기타리스트 Jon Attwood와 Wodwo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전자음악가 Ray Robinson의 듀오 JARR의 앨범. 이제 겨우 3년 남짓한 짧은 커리어를 지닌 레이에게 30년 넘는 음악 경력을 통틀어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존이 듀오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것도 레이가 데뷔 이후 얼마 되지 않은 2019년 둘의 협업이 처음 논의되었고, 이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해 라이브 쇼 대신 온라인 컬래버레이션 방식으로 각자의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공유했고, 이 과정에서 서서히 레이어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JARR를 완성하게 된다. 포스트-록 특유의 스웰링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미니멀한 주제를 확장하는 존의 앰비언트와 모던 클래시컬 한 섬세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특징으로 하는 레이의 조화는 마치 이들이 처음부터 하나의 단일한 합의를 바탕으로 고유한 스타일을 완성한 듯한 창의적인 일체감을 보여준다. 존은 서로 상이한 질감과 톤을 지닌 기타들에 각기 미세하게 다른 공간계 이펙트를 적용해 여러 사운드의 레이어의 중첩을 이루며 광활한 공간의 느낌을 연출한다. 이러한 존의 사운드들은 서로를 끌어당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밀치지도 않아 마치 독립적으로 떠돌아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레이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이러한 음향의 부유물들이 서로 흩어지지 않고 청각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해주는 반구원의 실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역할과 합의에 따라 완성된 음악은 타이틀에서 언급된 '반향'이라는 단어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쓸쓸함과 적막함이 감돌면서, 마치 무중력의 기억 공간 속에서 멜로디와 사운드가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은 인상적이다. 선명한 멜로디 대신 떠다니는 듯한 사운드의 비정형적인 중첩들이 주를 이루며 마치 기억의 불확실성을 묘사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양한 톤의 사운드를 사용하면서도 개별 음향의 변화를 최소화하여 나름의 균일한 텍스쳐를 이어가고 있어, 산란하는 듯한 분위기와는 달리 비교적 안정적이고 차분한 특징을 보여준다. 매혹적인 사운드의 몰입을 제공하는 앨범이다.

 

202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