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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SPHYNX - Reflex (Sekito, 2023)

 

JSPHYNX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트럼펫/플루겔호른 연주자 Johnny Woodham의 앨범.

 

제스피닉스의 자세한 경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재즈, 소울, 펑크,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현재 영국 음악계를 이끄는 젊은 여러 뮤지션들과 활발한 협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무대 공연과 앨범 녹음을 통해 다양한 뮤지션과 함께 연주 활동을 이어왔고, 그중 Alfa Mist와는 2017년부터 지속적인 음악적 협력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인연 덕분에 AM은 이번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는 물론 키보드 연주자로도 참여했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Sekito를 통해 LP 발매까지 이루어졌다.

 

AM과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제스피닉스의 음악은 영국 재즈의 독특한 지형을 반영하고 있으며, 재즈와 다양한 서브 컬처의 요소들을 결합한 감각적인 양식을 지니고 있다. 봉쇄 기간에 자기 집에서 완성한 루프를 베이스 Rudi Creswick와 드럼 Richard Spaven 등의 동료에게 가져가 연주의 기본적인 골격과 토대를 마련했고, 그 위에 AM의 키보드를 비롯해 클라리넷 Michael Underwood, 트롬본 Liam Shorthall, 기타 Liam Shortall 등의 연주와 신서사이저 등을 더해 앨범을 완성하게 된다.

 

그만큼 드럼과 베이스의 역할은 이번 앨범에서 매우 중요하다. 스네어, 킥, 하이햇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양식의 드럼 비트는 마치 샘플링이나 시퀀싱을 통해 연출한 듯한 루프와도 같은 강박적인 진행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자체가 곡 전체의 흐름을 이루는 기본적인 뼈대의 역할을 하고 있어, 다양한 레이어들이 복합적인 중첩을 이루며 진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탄탄한 토대를 이루기도 한다. 임프로바이징의 공간 속에서도 리듬만을 이용해 카운터의 역할을 혼자 수행하는가 하면, 브라스 세션의 간결한 프레이즈가 보다 극적인 공간 속에서 재현될 수 있도록 해주는가 하면, 연주 자체가 지닌 명료함을 부각하기도 한다. 잔잔한 어택에 긴 서스테인으로 표현되는 듯한 독특한 엔벌로프로, 마치 부유하는 밀도로 존재하는 듯한 베이스의 역할이 가능할 수 있도록 드럼 세트의 사운드를 조율하여, 리듬 파트의 기능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 두 가지 악기의 조합이 완성하는 일련의 다양한 패턴의 리듬이 앨범 자체가 지닌 고유한 스타일과 양식을 정의하기도 한다.

 

대위적 구성에 기반한 브라스의 하모닉스와 개별 라인의 자율성에 대한 개방을 통해 다양하고 유연한 프레이즈의 완성 과정은 무척 매력적이다. 테마의 대부분을 이와 같은 브라스의 점층적 구조를 통해 완성하고 있으며, 이는 이후 진행에서도 반복과 일련의 바리에이션을 통해 솔로 공간 개방은 물론 진행의 구성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고전적인 분위기의 브라스 세션에 모던한 특색을 지닌 키보드와 기타, 감각적인 패턴의 드럼과 베이스의 조합을 통해 미묘한 향락미와 세련된 퇴폐미를 아름답게 뿜어내고 있다. 브라스의 더빙과 레이어링으로 완성한 풍성한 배음, 멜로트론 계열의 사운드로 몽환적 감성을 연출하는 키보드 등은 하나의 집합적인 사운드를 연출하며, 진행 속에서 각 악기의 조합을 다양하게 구성하며, 안정적이면서도 극적인 흐름을 이어간다. 딜레이나 리버브, 샘풀링 등과 같은 효과는 디테일을 완성하는 요인이긴 하지만, 부수적이라는 인상을 줄 만큼 곡의 구성 그 자체의 치밀함과 견고함이 압도적이며, 특히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는 방식에서 이와 같은 아키텍처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개별 공간의 자율성과 유연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개방한다는 점은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힙합, D&B, 소울 등의 양식을 접합해 재즈 본연의 자율적 표현을 유기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AM을 중심으로 하는 런던 재즈 씬의 독특한 분위기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제스피닉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구성 능력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구조적 엄밀함과 유연한 공간 운영을 동시에 실현하는 과정은 무척 인상적이고, 세련되기까지 하다. 소위 말하는 하위문화의 언어와 정서에 기반한 표현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이를 온전한 미적 형식을 지닌 방식으로 완결하고 있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