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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aak Sooäär, Ara Yaralyan, Markku Ounaskari - Zula (AVA Muusika, 2023)

 

에스토니아 기타리스트 Jaak Sooäär, 아르메니아-에스토니아 출신 베이시스트 Ara Yaralyan, 핀란드 드러머 Markku Ounaskari의 트리오 앨범.

 

야크, 아라, 마르쿠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들이고, 자신들의 음악적 개성도 뚜렷하면서도,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은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연주자들이기도 하다. 야크는 솔로와 그룹 활동을 병행하며 대중적인 장르에서부터 클래식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핀란드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아라는 섬세함과 에너지를 동시에 표출하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연주자로 여러 정규 활동을 펼치고 있고, 마르쿠 역시 풍부한 색채와 텍스쳐로 가득한 뛰어난 묘사력으로 인해 유럽을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오며 ECM을 비롯한 주요 레이블을 통해 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라와 마르쿠가 함께 했던 Kari Ikonen Trio에서의 활동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으며, 이들 둘이 다시 하나의 공간에서 음악적 합을 맞추고 있는 현재 트리오의 성과들이 반가울 따름이다. 아크-아라-마르쿠 트리오는 2016년 처음 결성한 것으로 전해지며, 지금까지 O-Tone을 통해 A Shooting Star (2018)와 Goodbye July (2020) 등을 선보였다. 아라와 마르쿠가 함께한 KIT의 성과가 워낙 독보적이었고, 여기에 같은 베이스와 드럼의 라인-업을 이루고 있는 탓에, 현재의 구성에 대해 기타리스트가 피아니스트의 "공백"을 메우는 연주, 혹은 “피아노가 없는 피아노 트리오” 등으로 묘사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평가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만큼 그 두 개의 트리오 안에서 아라와 마르쿠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중요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 KIT의 팬 입장에서 보더라도 현재의 기타 트리오는 그 자체로 고유한 유니크함을 지니고 있으며, 비교 대상이라고 보기보다는, 각각의 음악적 특징과 개성을 지닌 독립된 구성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듯싶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트리오의 성과를 바라봐야, 그 안에서 아라와 마르쿠의 역할과 활약을 더욱 구체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트리오가 이전에 선보였던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업 또한 클래식과 민속적 주제를 부분적으로 다루면서도, 기타 트리오 특유의 다양한 음악적 합을 선보이고 있다. 인상적인 멜로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개와 개방 공간에서의 자율성이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트리오 특유의 음악적 특징과 더불어 멤버들 각자의 개성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곡은 기타리스트 야크의 오리지널이며, 아라가 작곡한 “Mia”와 “Tsakhik Em Khakhel”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트리오의 가장 큰 특징은 테마 구성에서의 엄밀한 규범적 양식과 대조를 이루는 개방 공간에서의 솔로 진행에 있다. 때로는 그 두 가지가 진행 속에서 확연한 구분을 이룰 만큼 극적인 전환을 통해 공간의 해체와 재구성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자연스러운 모티브의 확장으로 각 연주자의 즉흥적 표출이 드러나도록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테마가 제시하는 한정적인 장르적 표현을 보다 확장된 영역에서 다루는 듯한 방식의 전개는 물론, 고유한 주제를 반복적 흐름 속에서 밀도를 더하는 표현을 중첩하며 전개를 이루는 등, 그 과정 또한 다양하다. 이와 같은 규범적 엄밀함과 자율적 표현을 진행 속에서 어떻게 기능적으로 배열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한다. 그만큼 개별 테마가 지니는 기능은 물론 각 공간의 특징에 맞게 유연한 대응을 이어가는 멤버들의 기량과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고전적인 바로크 양식을 전자 기타 사운드로 재현한 듯한 테마는 물론, 때로는 퍼지 한 톤을 이용해 다이내믹을 확장해 재즈-록 스타일의 표현을 완성하기도 하며, 티니 한 에어 기타 사운드로 민속적 특징이 지닌 서정적 밀도를 섬세하게 연출하기도 한다. 기타의 멜로디와 카운터의 위상에서 진행하는 베이스 워킹은 재즈의 전통적 스타일은 물론, 때로는 클래식의 고전적인 양식에 충실한 정교한 연관을 이루고 있다. 거친 텍스쳐를 품고 있으면서 가끔은 피치 밴딩되는 개방현의 넓은 울림을 표출하는 베이스는 전통 고악기의 연주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며, 클래식과 민속적 테마에 훌륭한 하모니를 이루면서도, 현대적인 양식의 곡에서도 독특하면서도 미묘한 표현을 완성하고 있어, 확장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타와 베이스의 관계 속에서 멜로디와 코드 콤보에 의한 리듬이 확정되는 단순한 기본 구성에 기반을 둔 진행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톤과 사운드의 활용은 물론, 다양한 특징을 지닌 선명한 테마를 확정하여, 그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여기에 타악기의 폭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을 지닌 드럼이 공간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면서, 기타와 베이스의 관계가 보다 구체적인 색을 띠게 되어, 그 역할은 결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작업들을 통해 선보인 트리오만의 특징을 재현하고 있어 그 연속적 맥락을 강조하는 듯하다. 기타 트리오가 보여줄 수도 있는 단조로움의 한계를 인터랙티브 한 상호 보완 속에서 충분히 해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들만의 유티크 한 특징까지 설득력 있게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하며 그 표현을 구체화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까지 조화롭게 표출하고 있는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기타가 있는 기타 트리오" 앨범이다.

 

 

202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