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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ack Prest - The Risk Of Hyperbole, Vol. 2: Object (Art As Catharsis, 2023)

 

호주 작곡가 겸 엔지니어 Jack Prest의 앨범.

 

잭은 어린 시절부터 트럼펫을 연주한 것으로 전해지며 몇 개의 예명으로 클럽 DJ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어오며 연극 및 안무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수많은 명반을 작업한 호주 Studio 301의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 작업에서 작곡가 및 프로듀서 등으로도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앨범은 잭이 지금까지 다양한 협업에 참여하며 축적한 경력을 종합하여, 프로젝트의 리드 아티스트로 처음 작업한 성과의 일부를 담고 있다. The Risk Of Hyperbole로 명명한 프로젝트는 무용, 전시, 음악을 결합한 다학제적 예술 활동으로, 무용수 Azzam Mohamed, 시각 예술가 Joe Wilson, Chanelle Collier 등이 참여했고, 2021년 말 첫 시연 이후 몇 차례 공연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젝트의 음악을 위해 잭은 가이드 연주와 그래픽 악보를 사용하여 Claire Edwardes, Jason Noble, Freya Schack-Arnott, Dave Rodriguez, Benjamin Freeman, Nicholas Meredith, Jerrol Renaud 등 호주 최고의 클래식 및 재즈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앙상블의 즉흥 퍼포먼스를 더한 녹음을 지휘했고, 포스트-프로세스를 거쳐 30-40여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행사의 길이를 초과하는 막대한 분량의 녹음 완성본 중 일부만 공연에 활용했고, 전체 완성본은 잭의 큐레이팅을 거쳐, 곡의 성격에 따른 분류를 통해 모두 세 편의 개별 앨범으로 발매하게 된다. 작년 초에 선보인 Vol. 1: Sound (2022)는 실험적인 구성의 작곡 양식을 바탕으로 필드 리코딩과 사운드 아트의 요소에 아방가르드 한 연주를 접목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올해 중에 공개 예정인 Vol. 3: Movement (2023)는 힙합, 테크노, 풋워크 등 일렉트로닉이 중심을 이룬 댄스 음악의 형식을 이용한 실험적인 스타일을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공개한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앰비언트와 모던 클래시컬의 특징적 요소를 중심으로 큐레이팅이 이루어졌으며, 재즈 및 클래식 뮤지션들의 연주 중심의 즉흥적 라인이 다양한 공간적 유형 속에서 배열을 이룬 곡들이 담겨 있다. 다만 “Dream I”의 경우 베이스 워크와 가벼운 비트가 바탕을 이루는 이질적인 곡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 Vol. 3을 위한 예고의 성격과 더불어, 이번 앨범의 흐름에서 일종의 쉼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앰비언트와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을 명확히 하면서도, 재즈, 클래식,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유형의 장르적 경계를 흔들고, 이를 하나의 체계화된 구조적 언어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개별 연주자의 즉흥적 모티브에 의해 전개하는 라인이 곡의 특징을 이루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은 역설적이면서도 독특한 대목이기도 하다. 잭의 가이드와 그래픽 작곡에 기반한 연주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개별 연주의 선명성은 곡의 구조와 대칭을 이루며 일련의 평행적 긴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와 같은 대칭적 균형이 다양한 장르적 경계를 무효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운드스케이프, 드론 베드, 웨이브 플로우 등의 일렉트로닉은 곡의 흐름을 구조화하는 요소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연주처럼 기능하며 여러 라인과의 음악적 연관을 구체화화며, 기악적 연주 또한 공간 속에서 고유한 캐릭터로 작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싱을 더하면서도, 사운드의 특성이 구조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플로우를 이룰 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개별 곡 자체가 전하는 실험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모든 연주와 사운드는 앙상블의 정교한 균형점에 수렴하며 안정적이면서도 동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어, 강한 음악적 몰입을 제공한다.

 

앨범 자체만으로는 공연 과정에서 음악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해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특징은 음악가 잭이 지닌 놀라운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과 창의적인 치밀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발매 예정인 세 번째 앨범이 나오면, 전체 3부작을 통해 잭의 음악적 세계관을 보다 종합적으로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2023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