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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ens Pauly & Stijn Hüwels - When The Night Ends (VAAGNER, 2021)

독일 전자음악가 Jens Pauly와 벨기에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Stijn Hüwels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앰비언트라는 용어가 장르적으로 통합되기에 너무나도 복합적이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이루다 보니 일종의 경향적 특징처럼 지칭되곤 하는데, 옌스와 스틴은 그 음악이 지닌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앰비언트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이들이 선보였던 음악적 형상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같은 유럽권이라고 해도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상이한 성격을 지닌 두 뮤지션의 공동 작업은 어딘지 모르게 절묘할 것 같으면서도 쉽게 그 결과를 상상하기 힘든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옌스의 경우 중첩된 복합적 사운드의 배음과 그 질감을 중심으로 고유한 드론을 형성하며 진행하는 방식이라면, 스틴은 기타, 루프, 필드 리코딩 등을 활용해 미니멀 한 음향의 총합을 구성하고 그 변주를 통해 플로우를 이어가는 방법이라 작곡은 물론 기본적인 접근에서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동 작업은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The Leaves Will Fade"와 "The Trees Will Bloom"에서는 스틴의 음악적 특징이 강조되는 것에 비해 "When The Day Ends"와 "When The Night Ends"의 경우 옌스의 스타일이 부각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각각 두 곡씩 도입과 테마를 구성하고 여기에 자신의 레이어를 얹으며 진행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때문에 첫 도입만 얼핏 들으면 마치 각자 자신들의 곡을 연주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10분에 이르는 개별 곡들의 긴 진행을 통해 조심스럽고 자신의 리액션을 개입시키며 신중하게 그 흐름에 조금씩 스며드는 모습을 연출한다. 매우 서서히 진행되는 이와 같은 상호 작용은 상대의 주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자신의 색을 덧입혀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모든 곡들은 연주 후반에 이르러서야 협업을 통해 완성하고자 하는 사운드의 질량을 온전하게 드러내게 된다. 그 결과는 옌스나 스틴 그 누구에게도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양식의 사운드로 드러나고 있어 공동 창작의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 예로 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단 한순간도 자신을 강요하지 않으며 모든 순간 상대의 호흡에 맞춰 스스로의 표현에는 신중하지만 그 합에 있어서는 이보다 창의적일 수는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정처 없는 산책을 하던 중 뜻밖의 놀라운 장소에 도착한 기분을 경험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1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