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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achim Kühn & Alexey Kruglov – Duo Art: Moscow (ACT, 2014)


칠순 노장 피아니스트 요하임 쿤과 러시아의 색소폰주자 알렉세이 쿠루글로프의 듀엣 앨범으로 ACT 레이블의 Duo Art 시리즈 중 하나. 전도유망한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즐기는 요하임옹과 젊고 재능이 풍부한 연주자들에게 레코딩의 기회를 자주 제공하는 레이블이 만났기 때문에 이런 앨범의 녹음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2012년 러시아의 초청으로 진행된 공연 일정 중에 요하임이 직접 현지의 젊은 뮤지션과의 협연을 제안했고 러시아의 재즈에 일가견이 있는 평론가의 추천으로 알렉세이를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알렉세이는 냉전시대 전후로 러시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프리재즈 씬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LEO 레이블에서의 디스코그라피들이 증명하듯 프리-아방 분야에서는 나름의 입지를 구축한 멀티 연주자로 평가 받는다. 이 앨범은 사전에 약속된, 분명하게 구분된 역할 위에서 프레이즈들이 진행되는 특징을 보인다. 때문에 인터플레이라기보다는 협연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 마치 폭이 제한된 스피드웨이에서 RPM을 높이며 직전적인 진행을 이어가는 방식은, 코스의 굴곡에 따라 다운과 업 쉬프트를 반복하듯 다이나믹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두 뮤지션의 공통분모로 합의한 오넷 콜멘의 두 곡 외의 나머지 곡들은 각자 준비한 자신들의 오리지널로 이루어져 있다. 섬세하고 인상적인 테마들만큼이나 뛰어난 솔로 프레이즈의 구성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듣는이의 집중력을 무너뜨릴만큼 잠시 숨돌릴 공간조차 없는 강박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두 연주자가 보여준 치밀함을 반증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201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