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Joep Beving - Prehension (Deutsche Grammophon, 2017)


네델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영화 음악 작곡가 윱 베빙의 통산 두 번째 앨범이자 DG 데뷔작. 흔히들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 캐릭터를 구성할 때, 뛰어난 재능을 갖춘 성장기; 뜻하지 않은 고난과 시련; 우연한 계기를 통해 다시 찾아온 기회와 성취 등의 과정을 통해 묘사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베빙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그러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10대에 음악에 뜻을 품고 진학과 데뷔를 했지만 손목 부상으로 그 꿈을 접고 평범한 대학 진학 후 취업한 광고 회사 일정 중에 우연히 호텔 로비의 피아노를 연주하며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그래서 다시 음악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개인적으로 녹음한 곡들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렸더니 대박이 나고, 결국 메이저 음반사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소설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베빙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그의 첫 앨범 Solipsism (2015)은 개인의 일상과 관련한 소소한 감정들을 관조적 태도로 이야기하듯 풀어낸 정제된 멜로디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의 주관적이고 관념적인 멘탈 에티튜드를 바탕으로 내면으로 침전해 들어가는 듯한 적막한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번 연주에서도 업라이드를 이용하고 있지만 Darcy Proper의 마스터링을 거친 사운드의 질감은 확실히 정돈되었고 악기 특유의 짧은 울림에서도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음악적인 내용이나 스타일 면에서 베빙과 유사한 다른 뮤지션들을 떠올려 보면, 그리고 최근 DG에서 발매된 모던 클래시컬이나 앰비언트 계열의 앨범들에 비해 월등한 프로모션 지원을 받는 것을 보면 그의 스토리가 음악을 과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스토리도 음악의 일부라면 그러한 의구심에 조금은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야기보다 베빙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무엇을 '포착'하려고 했는지 귀를 조금 더 기울여주는 줬으면 하는 바램도 갖아본다.

 

201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