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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hn Surman - Invisible Threads (ECM, 2018)


영국 출신 색소폰 및 클라리넷 연주자 존 서먼의 신보. 1944년 출생, 1962년 재즈 씬에 데뷔 이후 색소폰과 클라리넷과 관련해서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문법을 완성시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지위를 인정받은 뮤지션이기에 존에 대한 그 어떠한 설명도 사족에 불과할 뿐이다. Barre Phillips의 1976년 앨범을 계기로 ECM과 첫 인연을 맺었고 자신의 타이틀로 Upon Reflection (1979)를 발매한 이후 지금까지 40년 넘게 꾸준히 레이블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은 브라질리언 피아니스트 Nelson Ayres와 미국 출신 바이브라폰과 마림바를 연주하는 Rob Waring 등으로 이루어진 존의 새로운 트리오 포맷으로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재즈에서 리듬 악기가 없는 구성은 그리 낯선 형식은 아니고 피아노가 일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언급될 부분은 아니지만, 이번 앨범에서 드러난 그 효과에 있어서만큼은 분명 새롭다고 할 수 있다. 리듬 구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개방된 영역을 각각의 주자들이 점하고 있지만 확장성보다는 상호 유기성에 방점을 둔 진행을 보여주고 있어 풍부한 공간감과 더불어 밀도 있는 긴밀함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각각의 멤버들은 넓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지만 그 내부를 자신의 색으로 가득 채우기보다는, 마치 소리의 잔향이 고일 수 있는 여백으로 남겨두고 있다. 세 명의 연주자들은 하나의 음악적 테마 위에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적 내레이션을 중첩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러한 중첩 과정은 유기성이 내면화된 진행을 통해 때로는 입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클래식적인 엄밀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일상 보폭의 속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템포에 마디를 구성하는 음표 또한 과하지 않아, 이들이 전개하는 임프로바이징은 비교적 선명한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다. ECM의 모든 음반들이 그렇지만, 특히 이번 앨범은 이어폰으로 듣는 것보다 큰 구경의 우퍼에서 흐르는 안개와도 같은 밀도감 있는 사운드의 쾌감은 그 어느 때보다 확연하다.

201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