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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n Hopkins - Piano Versions (Domino, 2021)

영국 프로듀서 겸 전자음악가 Jon Hopkins의 미니 앨범. 이번 EP는 존의 지난 작업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례적이다. 일렉트로닉 계열의 하우스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전력을 생각한다면 피아노가 전면에 부각된 녹음은 분명 낯설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서 멜로디의 역할이 강조되고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성하는 요소에서 코드의 진행이 엿보였던 점을 기억한다면 어쩌면 이번 작업은 충분히 그의 커리어 영역 내에 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의 일부 작업에서 모던 클래시컬한 면모를 선보였던 점이나, 일상적 묘사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사실 또한 이번 녹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이 본격적인 피아노 연주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우선 EP에 수록곡들은 평소 존이 좋아했다고 밝힌 4개의 기존 곡을 피아노를 중심으로 커버한 것이다. 실제로 존은 10여 년 전에 Luke Abbott의 "Modern Driveway"를 피아노 버전으로 커버한 적이 있는데, 이 연주 또한 이번 앨범에 수록되어 있으며 나머지 3개의 트랙 역시 이와 동일한 접근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Thom Yorke의 "Dawn Chorus", James Yorkston의 "Heron", Brian Eno의 "Wintergreen" 등이 그 곡들로, 존 연주는 기본적인 멜로디를 중심으로 재해석을 이루며 원곡의 인상을 부각하면서도 앨범 전체의 균일한 질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EP에서 보여준 존의 커버가 매력적인 것은, 마치 감상자의 입장에서 그 느낌을 묘사한 듯한 소박한 표현 때문이다. 이를 위해 펠트 한 분위기의 업라이트를 이용해 연주하고 있고, 여기에 우리 주변의 일상적 소리를 배경에 깔고 있다. 이를 통해 평소 그가 원곡을 들었을 때의 인상이나 작업 과정에서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더욱 진솔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업이지만 존의 또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며, 관련된 작업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202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