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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uly In January - In Memory For Everyone Who Disappeared (Simphonic Silence Inside, 2021)

신예 전자음악가 July In January의 앨범. 활동명 외에 뮤지션의 프로필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지만 작년부터 러시아 군소 레이블들을 통해 일련의 작업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러시아 Simphonic Silence Inside에서 발매된 작업으로 1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앰비언트와 일렉트로닉 관련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한, 자국 내에서는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알려진 레이블이다. JIJ의 지난 작업들은 주로 곡당 10분이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긴 호흡의 라이브 녹음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번 앨범에서는 더욱더 강박적인 작업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 6개 트랙 모두 짧은 마디 구조로 이루어진 테마 라인에 루프를 걸어 길게 연장하고 모두 동일한 BPM에서 작업함으로써 그 연주 시간을 20분에 정확히 맞추고 있다. 때문에 앨범 전체의 길이는 2시간에 이르는 방대한 길이를 보여준다. 테마 라인 자체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코드 또한 제한적인데, 이를 로우-파이적 특징이 강한 사운드로 연출하고 루프로 길게 연장하고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의 드론 스웰을 이어간다. 때문에 다분히 메디테이티브 하면서도, 마치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는 듯한 사운드 덕분에 조금은 비현실적인 공간적 체험을 제공하는 느낌도 든다. 곡마다 사용하고 있는 사운드의 텍스쳐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전체적인 느낌에서는 동일한 질감을 경험하게 해 주고, 어쩌면 각기 다른 결의 음향적 조합을 통해 개별 곡의 느낌이나 분위기를 강화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단순한 선형적 구조 속에서 다른 텍스쳐의 레이어를 조심스럽게 더하고 빼면서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미묘한 변화를 포착하며 따라가는 것은 흥미롭지만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음악을 감상할 정신적 여유가 없다면 그냥 무념무상을 위한 배경음악 정도로 깔아놔도 충분할 듯싶다.

 

2021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