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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auan - Ice Fleet (Artoffact, 2021)

현재 에스토니아에서 활동 중인 포스트-록 그룹 Kauan의 앨범. 2005년 러시아에서 당시 10대였던 Anton Belov의 주도로 결성되었을 당시만 해도 둠 메탈 혹은 블랙 메탈의 강하고 거친 질감의 사운드가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서서히 앰비언트적 요소들을 연주에 반영하기 시작하는데, 메탈을 근간으로 하는 록 사운드를 들려주면서도 현악기나 피아노와 같은 어쿠스틱 텍스쳐를 활용하면서 조금씩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된다. 핀란드어로 '오랜 시간'이라는 뜻을 지닌 그룹 이름에 걸맞게 이들은 긴 호흡을 이어오며 서서히 스스로의 변화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멤버 구성을 완료한 2013년 이후 그룹의 사운드는 보다 다면적인 특징을 내재한 매력적인 변화를 지속하게 되는데, 특히 몇 해 전 안톤 벨로프가 발표한 일련의 피아노 솔로 연작은 카우안의 음악에도 일정한 반영을 이루기도 한다. 이들의 앨범은 미스터리 한 실재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하여 서사적 내러티브를 이루는 방식을 보여주는데, 이번 작업은 1930년 소련 북부 해안에서 얼어붙은 채로 발견된 함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곡의 테마에 따라 앰비언트, 메탈, 포크, 모던 클래시컬 등의 요소들이 전면에 부각하면서도 극적 전환과 강조를 위한 복합적 사운드를 연출하기도 한다. 서사적인 구성과 다면적인 장르적 특징을 지닌 복합적인 사운드 덕분에 풍부한 감성적 동요를 경험하게 되는 점이 이 앨범의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도 믹싱과 마스터링에 대한 문제는 꼭 언급해야 할 것 같다.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 텔링 구성의 앨범이고 트랙 사이에 서로 사운드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페이드 아웃-인으로 단락을 나눈 것은 감상의 집중을 해치는 큰 단점이다. 또한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음향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평면적인 사운드 리버브를 연출한 점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이를 보완한 리마스터링 버전이 발매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앨범일 것이다.

 

2021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