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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ing Capisce - Memento Mori (Lamplight Social, 2017)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5인조 밴드 킹 카피셰의 세 번째 정규 앨범. Roshan Lal (b), Thomas Ashfield (ds), Tim Feben (g & synths) 등의 전통적인 락 기반에 Richard Harrison과 Alex Baker 등 두 명의 색소폰 연주자가 함께하고 있는 독특한 포맷의 밴드이다. 엑스페리멘탈한 락 사운드 위에 관악 섹션의 라인과 임프로바이징을 덧입혀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완성하고 있다. 이들이 데뷔 앨범 King Capisce (2010)에서 보여줬던 다소 터프한 면모들은 시간을 거치면서 보다 더 밀도 있는 사운드로 진화하게 된다. 초기의 사이키델릭한 면모들은 상대화되었지만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에 대한 응집력은 더욱 공고해진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음악을 단순히 록과 재즈의 퓨전, 혹은 재지한 록음악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음악적 창의의 영역은 다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와 같은 형식적 결합이 의도하고 있는 음악적 함의에 집중해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은 락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형식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구성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사운드와 그 효과가 음악 자체의 고유한 형식을 압도하더라도 그 해체를 의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표현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개방되는 다른 음악적 요소와의 접합의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능동성은 The Future Cannot be Born Yet, it is Waiting for the Past to Die (2014) 앨범에서 비교적 완성된 형태로 선보이기도 했다. 전작에서도 그러하듯 이번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능동성 개방성은 단순한 즉흥성에 의존해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구성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능동성은 의외의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전혀 뜻하지 못한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비장하기까지 한 이번 앨범의 타이틀의 교훈처럼 죽음이 있어 우리 삶의 일상성이 온전할 수 있듯이 상이한 음악적 요소들이 정교한 결합을 이룬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2017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