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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jetil Mulelid - Piano (Rune Grammofon, 2021)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Kjetil Mulelid의 앨범. 셰틸의 이름은 Rune Grammofon에서 발표한 두 장의 트리오 앨범을 통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번 작업은 모든 공간이 오직 자신에게만 주어진 솔로 녹음을 선보인다. 감염병 사태에 따른 봉쇄 조치로 자신의 트리오를 비롯해 Wako 쿼텟의 모든 일정이 취소된 상황에서 작곡과 녹음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솔로 앨범은 셰틸이 노르웨이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인지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솔로 공간 속에서 셰틸은 클래식의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에 이르는 폭넓은 표현은 물론 재즈 내의 다양한 스타일을 포괄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이 모든 복합적 스펙트럼을 마치 하나의 단일한 언어처럼 구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체성을 바탕으로 한 연주 곳곳에서 피아니스트는 자신 안에 내재한 여러 요소가 은연중에 드러나곤 하는데, 하나의 짧은 음악적 신이나 시퀀스 속에서도 고전의 한순간과 현대의 임프로바이저가 동시에 연상되는 묘한 경험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즉흥의 계기를 온전히 개방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음악적 상상력은 트리오나 쿼텟에서 보여줬던 재기발랄함과 우아함을 더욱 풍부하게 재현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테크니션으로서의 감각적인 재능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은 복잡하면서도 현란한 내용을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앨범은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진한 호소력 속에서도 그 고유의 깊이를 간직하고 있다.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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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jetil Mulelid Trio - Who Do You Love The Most? (Rune Grammofon,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