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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etil Mulelid Trio - Who Do You Love The Most? (Rune Grammofon, 2022)

노르웨이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Kjetil Mulelid Trio의 앨범. 피아노 Kjetil Mulelid, 베이스 Bjørn Marius Hegge, 드럼 Andreas Skår Winther 등, 현재 북유럽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KMT는 2010년대 중반 결성 이후, 각자의 개별적인 활동 중에도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며 존재가치를 발전시키고 있는 재즈 트리오다. Not Nearly Enough To Buy A House (2017)와 What You Thought Was Home (2019)을 연이어 선보이며, 재즈의 기본적인 언어에 기반을 두면서도 다양한 표현을 유연하게 펼치는 트리오의 재능은 많은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된다. 감염병 사태로 인해 멤버들 각자의 모든 활동이 중지되었고, 리더인 세틸 또한 당시 진행 중이던 Wako 쿼텟의 모든 일정이 취소되면서, 결국 혼자 녹음한 솔로 Piano (2021) 앨범만이 이들의 모든 활동을 대신하게 된다.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줬던 KMT의 고유한 특징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트리오 앨범은 세틸의 솔로에서 선보였던 표현의 다양성을 트리오의 공간에서 재현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실재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Point of View”와 “For You I'll Do Anything” 등은 솔로 앨범에서 미리 선보였던 오리지널이기도 하다. Judee Sill의 “The Archetypical Man”을 제외한 나머지 9개의 트랙은 세틸의 작곡으로, 이 연주들은 북미적인 오소독스 한 포스트-밥에서부터 북유럽 특유의 경향성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유형적 특징을 지니며, 전통적인 스탠더드 형식에서 가스펠 풍의 연주는 물론 노르딕의 민속적인 캐릭터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스타일로 표출된다. KMT의 기존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곡에 따라 개별 자율 영역을 보다 과감하게 확대하거나, 인터렉티브 한 상호 의존성에 근거한 응집된 표현을 더욱 밀도 있게 구성하는 등, 조금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트리오의 공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재즈 내의 여러 스타일에 대한 표현에서 해당 양식의 핵심에 조금은 더 가까이 접근하려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그 모든 유형적 특징들을 무효로 만들어 끝내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표현 속으로 융해하는 능동적 치밀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마치 다양함 속에서 고유함이 자연스럽게 표면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펼쳐 보이는 듯한 역설처럼 전달되기도 하는데, 고집스럽게도 KMT는 이 모든 것을 재즈의 언어와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표현을 통해 완성하고 있다. 하지만 오소독스 한 완고함이 아닌 유연함을 장점으로 하고 있어, 이 안에서 빛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정교한 하모니가 트리오의 연주를 더욱 매력적이고 풍부한 뉘앙스로 우리에게 도달하고 있다.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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