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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laus Gesing, Björn Meyer, Samuel Rohrer - Amiira: Curious Objects (Arjunamusic, 2023)

 

클라리넷/색소폰 Klaus Gesing, 베이스 Björn Meyer, 드럼/신서사이저 Samuel Rohrer로 이루어진 트리오 Amiira의 앨범.

 

세 명의 뮤지션이 각자의 영역에서 보여준 활동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트리오의 구성 안에서 집약하는 음악적 창의성은 Amiira만의 고유한 색과 특징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2010년대 초, 단편적인 몇 편의 싱글을 담은 미니 앨범 open source music (2013)으로 트리오의 시작을 알렸고, 이후 Amiira (2016)를 통해 음악적인 합의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실내악적 구성 속에서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적 확장을 시도하는 한편, 민속적 테마와 더불어 섬세한 전자 음향을 활용한 이미지의 구현을 통해 트리오의 독창성을 선명하게 부각한다.

 

트리오 아미라는 의도적으로 자신들만의 유니크 한 특징을 부각하기 위한 접근을 시도하기보다는, 마치 구성원 각자의 캐릭터가 모여 자연스럽게 완성하는 일련의 합의에 기반한다는 인상을 줄 만큼, 유연한 구성과 개별적 자율성이 큰 매력이다. 대신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완성하는 자율적 합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치밀한 인과성은, 트리오의 음악을 더욱 내밀한 방식으로 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6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앨범은, 이전 트리오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보다 유연하고 세련된 확장을 시도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 또한 의도적인 진화를 염두에 둔 방식이라는 인상보다는, 마치 지금까지 멤버 각자의 경험을 반영한 듯한 자연스러운 축적처럼 전해지고 있어, 마치 전작 이후 새로운 시작점에서 아미라의 현재성을 확인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에서는 여전히 이전의 특징을 지속하고 있지만, 주변 장르의 요소를 활용하는 모습에서는 경계의 모호함보다는 복합적 다면성을 부각하는 듯하며,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연관 또한 하나의 통합적인 표현 속에 수렴하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작곡과 즉흥의 구분 또한 연주 과정을 통해 해소하거나 새롭게 정의하는 듯한 엄밀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한다.

 

전작에 비해 조금은 상대화되긴 했어도, 유일한 멜로디 악기의 라인이 진행을 이끌어간다는 인상은 여전하지만, 베이스와 드럼 및 신서사이저 등이 이루는 개입은, 각자의 위상 속에서 기능적 역할보다는 음악적 구성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은 마치 구성의 엄밀함을 활용해 재즈, 민속, 아방가르드 등의 장르적 다면성을 다루는 방식에서의 구체적 접근을 세분화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오버 더빙이나 레이어링을 통해 앙상블의 형식적 구성을 정교하게 완성하는가 하면, 프로덕션에서의 조율을 통해 개별 사운드의 공간적 특징을 정교하게 정의하기도 한다. 일부 곡에서는 다분히 구조화된 듯한 진행의 특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자율적 표현의 확장을 위한 모티브를 지속하고 있으며, 실험적인 양식이 표출하는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발산하면서도, 일련의 규범적인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수렴하는 치밀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서정적 내러티브에서 실험적 표현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 속에, 여러 장르적 특징과 기악적 캐릭터를 통합하고 있다. 구성원 각자가 지금까지 이룬 개별적 성과를 집단화하는 방식도 흥미롭고, 개별 공간의 표현을 트리오의 규범 속에서 다양한 접근을 통해 선보이고 있으면서도, 아미라 특유의 정서적 밀도와 내밀한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는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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