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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rokofant - Fifth (Rune Grammofon, 2021)

노르웨이 재즈 트리오 Krokofant의 앨범. 드럼 Axel Skalstad, 색소폰 Jørgen Mathisen, 기타 Tom Hasslan 등으로 이루어진 크로코판트는 2011년 처음 결성되었고 이후 2014년 Rune Grammofon을 통해 셀프 타이틀 앨범을 발표함과 동시에 수많은 고정 팬을 형성하게 된다. 악기 구성과 포맷에서는 예상하기 힘들었던 강력한 사운드를 폭발시키며 빈틈없이 전 구간을 끊임없는 임프로바이징으로 채우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은 재즈-록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신선함을 경험하게 해 줬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 네 번째 앨범 Q (2019)에서는 키보드 Ståle Storløkken, 베이스 Ingebrigt Håker Flaten을 게스트로 합류시켜 보다 더 확장된 형식의 막강한 사운드를 선보이게 되는데, 당시 개인적으로 가졌던 염원이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팬 또한 간절히 원했던 바와 같이 그때의 포맷 그대로 이번 새로운 앨범을 선보이게 된다. 크로코판트 트리오뿐만 아니라 게스트로 합류한 키보드나 베이스 또한 다분히 고전적이고 스트레이트 한 사운드를 구사하기 때문에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마치 7, 80년대의 향수를 연상하게 하는 강력한 자극이 존재하는데, 특히 확장된 라인-업에서는 이와 같은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하몬드나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를 연상하게 하는 키보드의 사운드와 볼드 하면서도 묵직한 라인을 만드는 베이스는 기존 크로코판트의 음향을 단순히 확장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배음은 물론 공간적으로도 다양한 이미지의 묘사를 가능하게 해 준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확장된 구성을 통해 조합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운드의 예를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전작보다 더 다면적이면서도 화려한 연주를 완성한다. 테마를 구성할 때 보여주는 집단적 합에서 키보드의 존재는 기존 색소폰과 기타의 프레이즈에 보다 다양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배경과 같은 역할을 해주며, 자율 공간 속에서 개별 임프로바이징이 진행될 때 주변에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로 가득 찬 하모니는 솔로의 라인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집단적인 사운드의 완성을 이루는 과정은 얼핏 듣기에 터프하면서도 정교하게 맞물려 폭발적인 에너지의 응집을 이루는데, 마치 대배기량 차량이 단숨에 제한 속도에 도달하는 듯한 물리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앨범을 듣는 40분을 내 일상에서 단숨에 순간 삭제하게 만드는 이 조합은 진리다.

 

2021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