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LABtrio - Nature City (OutNote, 2017)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랩트리오의 신보. 올해로 결성 10년 째 되는 해라고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의 나이는 20대 중후반에 불과하다.  Lander Gyselinck (ds), Anneleen Boehme (b), Bram de Looze (p) 등 세 소년 소녀의 이름 알파벳 이니셜 하나씩 가져와서 그룹의 이름을 지었고 2011년 아비뇽의 Tremplin Jazz Festival에서 관객상 및 대상 수상이 기회가 되어 첫 앨범  Fluxus (2013)를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앨범에서 이들이 보여준 트리오의 새로운 언어와 문법은 신선한 실험적 형상들이 가득했다. 마치 매스 임프로바이징을 트리오 포멧으로 재현하는 듯한 과감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로의 공간을 압박하는 듯한 모습으로 인터플레이의 계기들에 집착하는 치밀함이 인상적이었다. 게스트의 참여로 퀸텟 형식으로 녹음된 The Howls Are Not What They Seem (2016) 이후 온전한 트리오의 모습으로 선보인 이번 앨범은 예전에 비해 한층 더 진화한 음악적 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임프로바이징은 구상적 특징을 묘사하는 듯한 추상화된 형태를 띄고 있지만 메시지는 보다 명료해졌으며, 인터플레이의 구성은 각자의 공간에 대한 영역과 범위가 확고해졌지만 관계의 내밀함은 더욱 견고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계가 분명해질 수록 각자의 특징들은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며, 그 합이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 또한 더욱 확실해진다. 이와 같은 견고함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화성과 구성을 결합시켜 비선형적인 진행을 선보이는가 하면, 테마를 해체하고 소멸시켜 자신들의 집단적 상상력이 이끄는 방식에 따라 전혀 의외의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물론 재즈에서 이와 같은 집단적인 즉흥적 창의의 예는 많이 있지만 이들 트리오처럼 염격한 공간 구성과 그 관계를 바탕으로 인터플레이의 밀도를 희석하지 않는 견고한 팀워크의 음악으로 완성된 경우는 매우 특별하다. 트리오 음악이 보여줄 수 있는 정삼각형에 가까운 형식적 균형은 물론 집단적 상상력이 단일한 언어로 표출된 완성도 높은 음악적 결과물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17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