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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a Théorie Des Cordes - 4U-9525 (Luminol, 2023)

 

피아니스트 Stéphanie Artaud와 기타/베이스 연주자 Mathieu Torres가 중심을 이룬 프랑스 재즈-록 그룹 La Théorie Des Cordes의 앨범.

 

2010년대 초, 스테파니와 마티외의 듀오를 중심으로 출범한 LTDC는 고정된 라인-업이 아닌 매번 각기 다른 편성을 선보였다. 첫 앨범 Premieres Vibrations (2011)는 드럼을 포함한 트리오 포맷으로 녹음했고, 두 번째 Singes Electriques (2013)에서는 베이스와 색소폰을 더한 5인조 리코딩을 선보이는데, 편성에 따른 사운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70년대의 록과 당대 재즈의 경향적 특징 사이에서 LTDC의 음악적 관점 혹은 관심을 반영한 접점을 제시하게 된다. 록과 재즈의 융합이라는 점에서는 재즈-록의 기본적인 성격에 수렴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서는 기존 프로그레시브나 아방가르드 계열의 표현을 수용하고 있으며, 자율적 개방 공간의 확장을 시도했던 당시 재즈의 흐름에서 보여준 일련의 움직임을 포착해, LTDC만의 독특한 특징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선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활동은 2집 이후 별다른 활동 소식을 접할 수 없게 된다.

 

10년 만에 세 번째 앨범을 들고 온 LTDC의 이번 작업에서는, 만돌린/어쿠스틱 기타 Hugo Lemercier와 드럼 Heiva Arnal가 함께하는 4인조 편성의 녹음을 담고 있으며, 마티외는 전기 기타와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2015년 부기장의 극단적 행동으로 추락해 150명의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비행기 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알프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의 등록 번호를 일범 타이틀로 삼고 있다. 각 트랙의 제목은 부기장의 사고 직전 비행 행적을 담은 공항 코드와 일지에 기록된 특징을 요약한 것이라고 한다. 마치 사고 직전의 행적을 추적하는 듯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연주는 다큐멘터리적인 서술적 진행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개인의 심리 혹은 긴장을 구조화한 듯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작업에서는 기타와 피아노 중심의 진행을 통해 완성하는 음악적 내러티브를 통해 프로그레시브적인 특징을 부각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볼드 한 베이스 워킹이 만들어 내는 몽환적인 공간 구성을 활용해 사이키델릭 특유의 분위기를 한층 강조하고 있다. 모달 어프로치에 가까운 제한적인 코드 진행에 기반하면서도, 루프와도 같은 반복적인 리듬의 패턴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볼드한 베이스 워킹은 탄력적인 드럼과 조화를 이루며, 사이키델릭 한 몽환과 더불어 독특한 그루브를 연출하여 소울 재즈 특유의 몰입적인 플로우를 완성한다. 반복적이면서도 견고한 리듬 패턴의 구성을 바탕으로,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최대한 확장하여 7-10분에 이르는 긴 진행을 펼친다. 개별 솔로 공간에서의 즉흥적 표현의 전개는 물론, 집합적인 임프로바이징을 통해 프리 재즈와도 같은 폭발적인 에너지의 표출을 이루는가 하면, 상호 간의 인터랙티브 한 반응과 인과적인 진행 등을 선보이고 있어, 진행 과정에서의 유연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다분히 기능적이라는 인상을 줄 만큼 견고한 구성은 즉흥적인 자율적 표현을 위한 공간의 개방과 연관되어 있어 나름의 치밀한 음악적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구성은 견고하지만 그 역할은 유연하여, 각자의 개방 공간에 자연스러운 대응을 보여주는가 하면, 개별 사운드의 변화에도 상호 간의 밀접한 거리감을 지속하고 있다. 휴고의 만돌린과 기타가 만들어 내는 어쿠스틱 텍스쳐의 에스닉한 라인은, 몰입적인 공간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전기 기타와 대비를 이루며 미묘한 대칭점을 형성하기도 하며, 마티외의 변화무쌍한 톤과 텍스처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이펙트의 적용에도 나름의 균형점을 형성하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과 변화를 조율하는 스테파니의 역할이 눈에 띄며, 사소한 피아노의 키 움직임에도 진행과 역할을 바꾸거나 공간 배열을 재구성하는 등, 구성원들의 기민하면서도 능동적인 대응 또한 인상적이다.

 

악기마다 고유한 사운드 캐릭터를 비교적 명료하게 재현하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사운드에서는 메시브 한 부피감으로 전달하고 있어, 다분히 거친 듯하면서도 정교한 세련미를 포함하고 있다. 자율적인 즉흥적 모티브로 완성하는 독특한 음악적 서사 또한 인상적이며, 개별 연주와 상호 간의 인터랙티브 한 긴장이 만들어 내는 공간의 밀도만으로도 강한 몰입을 제공한다. 사고를 단순한 비극 그 자체로 다루지 않고, 다양한 정서의 무게와 복합적인 감정의 질량으로 담아낸 것은, LTDC의 음악적 미덕이 아닐까 싶다.

 

 

202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