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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aurent Coulondre - Gravity Zerø (Sound Surveyor, 2017)


프랑스 출신의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 겸 키보드 연주자 로랑 쿨롱드르의 신보. 이번 앨범은 로랑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트리오 앨범들과는 전혀 다른 형식과 색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로랑은 앨범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언어를 구사하며 매번 변신을 시도했다. 첫 번째 Opus (2011)에서는 포스트-밥에 기초한 연주를, Opus II (2014)에서는 피아노와 오르간을 이용해 보다 모던한 분위기의 연주를 보여줬다면, Sound Surveyor에서 발매한 Schizophrenia (2016)에서는 그루브 넘치는 프리 펑크 스타일의 색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이번 앨범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다. 트리오라는 기본 형식을 벗어나 보다 더 과감한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신작에서 로랑은 자신의 주위에 노르, 호르그부터 구형 무그, 하몬드 등 여러 종류의 건반들을 배치하고 Martin Wangermée, André Ceccarelli, Yoann Serra, Cyril Atef 등 호흡을 맞출 뮤지션들을 전원 드럼 연주자들로 채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마르탱은 이전 앨범에서 로랑의 음악적 변모를 가능하게 했던 연주자로, 드럼의 역할이 강조된 전작에서의 징후적 특징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전면에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마르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드러머들은 곡에 따라 롤랑과 일대일 혹은 이대일로 대면해 연주를 진행한다. 흔히들 컨템포러리로 지칭되는 재즈에서의 다양한 트렌드를 따르고 있지만 로랑은 형식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포지션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 다양한 표현의 기제들을 확보한다. 무게감 있는 드럼 연주와 대칭을 이루는 균형점에서 다양한 건반 악기들을 이용해 유쾌한 라인들을 구사한다(ex, "Gravity Zero"). 초기 트리오 시절 자신의 음악을 복기하는 듯한 "Ballade Sous les Pommiers", 네 명의 드러머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리듬으로 하모니를 완성한 "Sticky Brushing" 등이 인상적이다. 독특했던 시도 만큼 의미 흥미로운 성과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17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