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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orenzo Carrano - Modern Noir (Sonoton Vanguard, 2021)

미국 작곡가 Lorenzo Carrano의 앨범. 주로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고 스스로 관현악 편곡자로 소개할 만큼 대규모 편성의 작업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현대 작곡을 선보이지만, 장르적으로는 록이나 재즈 등을 포괄하는 다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앨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한적인 테마에 맞춰 그 분위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던'과 '누아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하나의 타이틀로 엮었는데, 둘 다 장르적 의미보다는 이들에게서 연상되는 고유한 서사적 요소를 부각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어쩌면 이러한 단어 선택은 기존에 흔히 통용되는 다크 앰비언트라는 경향적 특징으로부터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실제로 이 앨범이 보여주는 서사적 구조에서는 이와 많은 유사점이 발견되지만, 그 표현 형식에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앨범에서 사용되는 기악적 특징이나 구성이 훨씬 정연하고, 활용하고 있는 사운드 자체의 텍스쳐 또한 상당히 고급스럽다. 모듈러 신서사이저에 의해 디자인된 음향을 활용하여 사운드 스케이프와 이펙트 등을 만들어내는 한편 피아노와 현악 같은 전통 연주 악기의 소리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개의 상이한 사운드의 질감은 긴장된 대칭을 이루는 동시에 그 자체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기도 한다. 어쩌면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누아르'를 어쿠스틱 사운드를 통해 구현하고 '모던'이라는 확장적 개념을 전자 장치를 통해 구성하려고 했던 시도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들 둘 사이의 대칭적 균형이 어쩌면 로렌조가 이 앨범에서 시도하고자 했던 '모던 누아르'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서정적 서사에 방점을 두고 있어 심미적 정서를 자극하는 요인이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1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