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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orenzo Montanà - Decorar Silenzio (Projekt, 2023)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Lorenzo Montanà의 앨범.

 

로렌조는 1990년대 초, 음향 분야에서의 일을 시작으로 음악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이후 사운드 엔지니어 및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IDM 외에도 재즈나 클래식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게 되는데, 주로 전자음악과 연관된 장르를 소화하면서도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반영하는 다면적인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세밀한 비트의 조율과 섬세한 멜로디를 유기적으로 조합한 음악을 들려주면서, 때로는 정교한 긴장의 연속적 플로우를 보여주는가 하면, 복합성을 지닌 웅장한 사운드를 연출하기도 하여, 헐리우드 대작의 트레일러에도 그의 음악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로렌조의 음악은 2020년대 들어 비교적 미니멀한 방식으로, 더욱 정교한 형식적 구성을 탐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비트와 멜로디라는 구성의 근원적인 요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드론이나 사운드스케이프 혹은 그 주변을 이루는 다양한 텍스쳐, 세츄레이션, 덴시티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중첩하여, 복합성을 지닌 하나의 거대한 사운드의 흐름을 조직하는 듯한 실험적인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발표한 일련의 작업들은 각기 다른 요소적 특징을 부각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테마를 설정하며, 매번 미묘하게 다른 저마다의 특색과 고유한 완결성을 지니고 있어, 이와 같은 로렌조의 음악적 탐험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로렌조의 최근 경향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유효하며, 앨범의 타이틀과 분위기의 일체감 또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도 특유의 드론이나 사운드스케이프를 활용한 밀도 있는 플로우 외에도 민속 현악기를 이용해 에스닉 한 분위기의 신비함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이전의 작업들, 특히 TexTrue (2021)에서 부분적으로 선보인 접근을 조금은 더 확장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전작에서는 텍스쳐, 노이즈, 펄스 등 활용해 정서적 긴장을 다면적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비교적 그 표현을 단순화하는 대신, 곡의 핵심을 이루는 몇 개의 사운드를 중심으로 음악적 텐션과 밀도를 균일하게 직조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 ‘침묵을 장식하다’라는 앨범의 타이틀에 적합한 접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인상적인 것은 어쿠스틱 계열의 사운드를 활용하고 이를 일렉트로닉과의 배음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미묘한 경계를 배회하는 듯한 대목이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서로 다른 특징을 서로 대질시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텐션을 연주에 반영하는 방식은, 미래의 가상 공간에 과거의 사운드를 배치해 사이버펑크와도 같은 분위기를 떠올리는가 하면, 때로는 이와는 반대로 현실을 뒤흔드는 과거의 흔적을 대면하는 듯한, 서로 상반되면서도 몽환적 특징을 공유하는, 독특하면서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중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그 자체로 매력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유형을 지닌 사운드 사이의 관계와 그 대비는, 곡을 청자에게 전달하는 방식과도 무척 닮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몰입이나 감정의 이입을 유도하는 모든 장치를 철저히 배제하는 대신, 마치 듣는 이를 상대화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일 만큼 관조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멜로디나 비트의 역할을 상대화하여, 극적이라기보다는 점진적인 응집을 이어가는 차분한 방식이지만, 레이어링을 통해 완성하는 치밀한 플로우는 인상적이다. 구성 자체 또한 비교적 단순하여 개별적인 사운드 사이의 거리를 비교적 여유롭게 전개해 투명하면서도 차가운 정서적 분위기와 밀도를 균일하게 지속한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개별 사운드의 흐름이 서로 중첩을 이루며 발생하는 부피감의 변화를 활용한 웨이브의 플로우는, 마치 침묵을 채색하는 듯한 섬세한 움직임을 담고 있어, 음악적 우아함을 경험하게 해주는 앨범이다.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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