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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oscil - Clara (Kranky, 2021)

Losci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캐나다 작곡가 겸 전자음악가 Scott Morgan의 앨범. 명상적 공간 속에서 미묘한 의식의 흐름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스콧의 음악은 그 무게에 비례하는 중력을 지니고 있어 예상외의 강한 몰입을 유도한다. 22인조 현악 오케스트라의 3분짜리 연주를 모티브로 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앨범은 디지털 오케스트레이션을 보는 듯한 밀집된 사운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일련의 미니멀한 단순한 패턴의 라인들이 각자의 웨이브에 따라 흐르면서 전체적인 중첩을 이루고, 상호 관련 속에서 스스로를 전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미세한 움직임을 끊임없이 펼친다. 사운드의 텍스쳐와 세추레이션은 끊임없이 동요하며, 이에 따라 각 사운드와의 관계 또한 지속해서 변화하는데, 이는 마치 깊이를 더해가며 무겁게 가라앉는 듯한 거대 사물의 침몰이 연상되기도 한다. 개별 사운드가 지닌 무게감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듯한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여유롭게 진행되는 BPM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처럼 서로에게 작용하는 강한 인력이 전체적인 밀도를 상승시키며, 마치 소리들이 침전을 이루며 퇴적을 거듭하는 듯한 숨 막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척 단순해 보이는 코드와 화음으로 사운드의 넓은 그러데이션을 펼치는데, 이는 공간에 빈틈이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촘촘함을 연출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의 곡들이 단순한 묘사적 특징만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무심하게 걸어가는 샘플링한 발걸음이 차츰 맥박의 요동과 같은 비트로 발전되는가 하면, 반복적으로 들리는 파도 소리가 부풀려진 히스 노이즈로 이루어진 드론 스웰로 전개되는 등 나름의 내러티브에 기반을 둔 표현들도 눈에 띈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성격 때문에 사운드가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동시에 무게를 더하면 더할수록 미적 긴장이 높아가는 역설적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스콧은 이번 앨범에서 그림자가 더욱 진해질수록 빛은 더 밝게 보인다는 역설을 '밝음'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20210531

 

 

 

related with Loscil (as High Plains)

- Loscil - The Sails Pts. 1 & 2 (self-released, 2022)
- High Plains - Cinderland (Kranky, 2017)
- High Plains - Pilot Hill (self-released,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