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Loscil - The Sails Pts. 1 & 2 (self-released, 2022)

Losci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캐나다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Scott Morgan의 앨범 두 장. 스콧은 1990년대 말 데뷔 이후 지금까지 전자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치며 창의적인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사운드 그 자체가 지닌 미묘한 울림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인과적인 상호 관계에 주목하고 이를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체계화하며, 그 흐름의 연속 속에서 다양한 모티브를 변형하여 새로운 플로우를 완성하는 진행은,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인상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반복적인 순간순간은 명상적이면서도 주술적이기도 하지만, 일련의 플로우 속에서는 나름의 이야기 구조를 완성하는가 하면, 때로는 이미지너리 한 묘사적 표현으로 드러나는 등,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면모를 동시에 포착하는 탁월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스콧의 이름은 TV 시리즈나 영화를 비롯해 게임 등과 같은 미디어의 크레디트에 자주 등장하기도 하며, 실제로 해당 분야에서의 활동은 음악보다 오래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두 편의 연작으로 이루어진 이번 작업은 스콧의 작업 중에서도 조금은 독특한 목적을 지닌 것으로, 댄스 프로젝트를 위한 음악을 담고 있는 일종의 개인 컬렉션이다. 설명에 의하면 지난 8년 동안 여러 안무가의 의뢰를 받아 작성된 것으로 무대 공연에서 사용되었거나 상영되지 않은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앨범 작업을 위해 다시 작업을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 무용과 관련한 작업이기에 음악은 비트 시퀀싱이 중심이 된 일반적인 댄스의 플로우와는 다른 진행을 보여주고 있으며, BPM 역시 일상적인 속도보다는 느린 템포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상당 부분 기존 스콧의 작업에서 드러난 기본적인 특징을 수용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동적 표현을 강조하기 위한 일련의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어, 작업의 특성을 반영한 모습도 보여준다. 일부 곡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유형의 스텝 시퀀싱과 펄스 이펙트의 활용에 있다. 부분적으로 비트를 활용해 규칙적 흐름의 동적 맥락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몇몇 곡에서는 여러 유형으로 연출된 스텝 시퀀싱을 조합하여 마치 집단화된 안무의 개별 동작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와 같은 요소들 사이의 균형점을 이동해가며 나름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구성하여 춤의 흐름을 유도하는 듯한 표현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퀀싱을 활용해 다운 템포의 독특한 IDM을 연출하는가 하면, 폴리포닉 한 사운드의 서스테인과 주변적인 효과를 통해 정적인 밀도를 응집하는 드론에 가까운 앰비언트도 포함하는 등, 비교적 폭넓은 유형적 특징을 포괄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앨범들은 지금까지 스콧이 로실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다수의 작업 중에서 스펙트럼을 좁히는 대신, 일부 특성에 집중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정중동의 모티브를 일련의 플로우로 전재한 듯한 모습은, 비록 개별 곡들이 각기 다른 환경과 맥락에서 작성된 것들이라고 해도, 하나의 일관된 분위기와 이미지너리 한 특성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전달된다. 특히 두 장의 앨범에서 전해지는 우울하면서도 막막한 공기감은 이번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분위기처럼 전달되며, ‘항해’라는 은유적인 텍스트가 전하는 느낌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콜랙션이라고 하지만 마치 처음부터 강한 의도를 통해 완성한 독립적인 작업이라고 봐도 전혀 손색없는 앨범들이다.

 

20220626

 

 

 

related with Loscil (as High Plains)
- Loscil - Clara (Kranky, 2021)
- High Plains - Cinderland (Kranky, 2017)
- High Plains - Pilot Hill (self-released,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