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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uca D'Alberto - Endless (7K!, 2017)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겸 연주가 루카 디 알베르토의 첫 정규 앨범. 이 앨범은 알베르토가 작년 말부터 싱글로 발표했던 다섯 곡을 포함 총 9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며 심지어 뮤지션의 홈페이지에도 의미 있는 프로필을 얻을 수 없다. 다만 30년 역사의 독일 !7K 레이블에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뮤지션들을 지원하기 위해 새롭게 서브 브랜드 7K!을 설립한 이유가 알베르토의 음악을 발매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그리고 첫 발매작이 알베르토의 싱글들과 앨범이었다는 점에서 뮤지션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 뮤지션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은 작가의 음악적 상상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융해시킨 끝에 제약을 뛰어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다양한 현악기들과 피아노로 구성된 앙상블을 바탕으로 한 이 앨범은 놀랍게도 모두 알베트로 본인 스스로 연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섬세하게 조율된 현악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텍스처는 기존 모던 클래시컬 혹은 네오 클래식 계열의 음악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알베르토의 음악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의 음악은 고전적인 문법과 표현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면서도 모던한 네러티브의 형식적 구성을 지니고 있다. 마치 단순한 스토리 텔링의 구조를 지닌 듯한 그의 음악들은 때로는 단편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Wait For Me"), 개인 내면의 사적인 갈등을 글 대신 음악으로 서술한 듯한 감정을 전해주기도 한다("Yellow Moon"). 업라이드의 머플러 페달을 밟아 짧은 울림의 사운드로 도입과 테마를 구성하는 "Blessed Messenger"이나 "Her Dreams"와 같은 곡에서는 섬세하고 간결한 웨이브의 현악 구성을 이용해 둔탁한 피아노의 소리를 몽환적으로 만드는 연출력도 엿볼 수 있다. 앨범 전체가 일관된 사운드의 결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이면 뮤지션은 물론 레이블 역시 어디서든 당당하게 명함 대신 내놓을 수 있는 데뷔 앨범이다.

 

2017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