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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 Craft - Blood Moon Deconstructed (Heavenly, 2017)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호주 출신 Martin Craft의 솔로 신보. 2000년대 초반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 이후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M. Craft라는 이름으로 개인적인 프로젝트 앨범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모하비 사막에서 녹음한 Blood Moon (2016)의 음악적 모티브와 테마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전작의 경우만 하더라도 기존에 마틴이 자신의 이름으로 선보였던 음악들, 즉 포크나 인디적인 성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장르적 특징을 시도한 흔적들이 역력했다. 이번 앨범은 어쩌면 마틴의 음악적 변화를 더욱 본격화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흔히들 하는 단순한 리믹스나 첨삭 수준의 작업을 훨씬 넘어선다. 사실상 전작과 연이어 비교를 해도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만큼 그 구성이나 내용에 있어서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작에서 사용되었던 음악적 은유와 상징들이 앨범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탓에 이번 작업에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기는 했지만, 동일한 모티브들에 대해 행해진 새로운 작업은 앨범의 타이틀 그대로 deconstruct에 해당된다. 사실상 음악적 모티브만 남고 그 내용과 구성은 전혀 새로운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수록된 곡의 제목도 어느 곡 하나 같은 것이 없고 앨범 전체를 통해 관철되는 개별 곡들의 분위기 또한 미묘하게 다르다. 전작에서는 음악의 시적 표현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새롭게 재구성된 이번 음악들은 이미지너리한 상상력을 부각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편곡과 연주의 비중이 상당 부분 확대되어 모던 클래시컬한 인상을 주는가 하면 스타일에 있어서도 앰비언트적인 요소들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마틴이 지금까지 해왔던 대중 취향적인 감성까지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마틴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본격적인 모던 클래시컬 음반이나 앰비언트 계열로 분류되기에는 모호한 점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음악적인 콘텐츠만큼은 분명 매력적이다.


20171218